- 제목
- 한상완 선생님이 그리운 유동식 선생님에게 드리는 글(추모시)
- 작성일
- 2022.11.04
- 작성자
- 대학교회
- 게시글 내용
-
그리운 素琴 선생님
友江 한 상 완
한 주일 지나면
다음 주를 고대하는 것은
주님 뵙는 기쁨의 기다림
이 떠들썩한 시대에도
온전히 선비 모습으로
의젓하신 소금(素琴) 유동식 박사님을
기다리는 기쁨 또한 있으므로
예배 마치면
백세 넘으신 선생님 기다리는
'유사모'교우들
약속도 없으련만
미소 띈 채 모여
선생님 모시고 단촐한 음식점행
소금님은 언제나 말씀이 귀하다
주로 우리들이 이런저런 얘기로
한 주일 간격을 메우며 오찬 끝내면
약속한듯 카페로 옮겨간다
두 세 시간 담소가 이어지고
간간히 선생님의 조용조용한 말씀
우리를 경청케 한다
무리 없는 단아하고 정결한 말씀엔
철학과 지혜, 예술과 풍류가 흐른다
그러노라면 시간은 훌쩍 지나고
교우 한 분이 선생님을 모셔다드리고
우린 제각기 흩어지며
말 없이 다음 주를 기약한다
아 그러나
코로나 판데믹의 절벽은
선생님 찾아 뵙는 일도
만나는 일도 차단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계단에서 넘어지시고
입원하신 동안 병문안도 못하다가
아드님이 천안의 병원으로 모셔갔다
식사도 못 넘겨 호수로 넘기시니
그 곳에 우리가 함께 뵈오려 하지만
그 또한 불가하고
의식은 명징한데 말씀도 못하시고...
그렇게 선생님과 나뉘인지
두 세 달이 훌쩍 지나고
한가위도 지난 어느 날
'유사모'님들이라도 모여
선생님 만날 기약도 없는채
만났는데 선생님 자리는 비어있고
선생님 그리움으로 가득한
오늘 모임은 그리움과 쓸쓸함만 감돈다
(2022년 9월 12일, 결국 우리는 다시 선생님을 못 뵙고, 10월 18일 하늘나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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