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말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은 무르익어 가는 가을에 한 해의 곡식을 추수하는 마음으로 ｢사법통치와 법치주의｣를 주제로 추계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정계, 시장, 시민사회 모두 갈등을 자체 내의 논리와 방식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까닭에 많은 분쟁이 소송으로 전환하여 사법적(司法的) 판단에 회부되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사법의 개입이 논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사법적 판단에 적합하지 않은 정치적 갈등과 공공정책을 둘러싼 분쟁에 사법이 개입함으로써 정치와 정책의 방향이 선출되지 않은 법관에 의해 결정되는 폐해, 전문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까지 사법이 침투하여 별종의 논리로 생활세계의 의미생산을 왜곡하는 문제점을 걱정합니다. 가히 사법이 우리 사회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공론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함으로써 사법의 관여가 불가피하게 요구될 뿐만 아니라 보편적 논리와 공정한 절차로 무장한 사법의 개입을 통해 갈등이 합리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사법통치와 법치주의｣ 학술회의를 기획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원은 경험과 학식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온 학자와 실무가의 말씀을 청취할 귀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참석하시는 분 모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좋은 생각을 기탄없이 말씀하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한국의 사법과 공론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 대안 마련에 도움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016년 11월 11일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원장

이 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