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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2 이영은 ‘그들만의 리그’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젠더화된 네트워크에 관한 비판적 분석 = How does 'League of Their Own' work? : A Critical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지도교수: 김현미


키워드: 한국 금융투자업계 ;  금융자본주의 ;  젠더화된 네트워크 ;  노동문화 ;  전문직 여성 ;  능력주의 ;  사회적 자본 ;  금융의 젠더화

본 연구는 한국 금융투자업계 노동자들의 노동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여 업계 노동문화와 그에 기반한 금융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연구자는 젠더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추동하는 새로운 축적 전략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하며,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그러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업계 노동자들의 노동 수행에서 드러나는 지점을 젠더 관점에서 포착하고자 했다. 덧붙여 이러한 금융투자업계 젠더화된 노동문화가 금융자본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만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였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도 그 원동력인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 영향으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성장 가도를 달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모종의 희망을 부여하고, 동시에 경제적인 욕망을 부추겼다. 각종 고스펙을 쌓아 금융투자업계에 입성한 노동자들은 그 안에서 요구하는 노동자상을 수행하며 금융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착실한 일꾼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이 일꾼이 되는 과정은 젠더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경험은 결과적으로 노동의 장에서 실질적인 불평등 문제와 연결되고, 이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은 업계 내에서 자신이 어떤 정체성으로 어디에 위치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암묵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계승되며 감각되는 ‘그들만의 리그’ 구조는 업계의 남성 중심성을 강화하면서 유지되는데, 이는 금융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의 배타적인 축적구조와도 맥락을 공유한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는 2019년 8월경부터 2021년 2월까지 파일럿 연구, 본격적인 현장연구, 업계 노동자 심층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총 32명의 연구 참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문기사, 법률 및 통계자료, 관련 선행연구 논문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여 현장연구 때 획득한 경험적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활용했다. 연구자는 한창 연구를 진행하는 중에도 한국 자본시장의 여러 굵직한 변화와 위기를 경험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가까운 외부자’로 자신을 위치시켰다.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로 금융투자업계에 진입했고, 여러 방면에서 다른 일을 수행하며 연결되었으며, 또 별개의 이유로 업계를 떠났다.
본 연구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논지 및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을 토대로 구성되며, 프론트-미들-백으로 이어지는 업계 내부의 기능적인 영역 구분은 가장 기본적인 금융자본 이윤 축적의 기반이 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과 이후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계의 발전과정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핵심적인 변화 국면이다. 둘째, 이 같은 시장과 업계의 변화는 그에 걸맞은 ‘이상적인’ 노동자성을 구축하게끔 했다. 이 노동자성에는 ‘자율’노동으로 비추어지는 무급노동의 일상적인 수행, 그에 따른 과중한 업무강도의 내면화, 성과에 따른 계약직 형태의 고용, 비/공식적인 네트워킹을 통한 사회적 자본의 획득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노동자성은 젠더화된 업계 이중 노동 네트워크의 중첩된 구조 속에서 주로 투자부서인 ‘프론트’에 위치한 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업계 입성-노동 및 이동-이탈 과정에서도 젠더 요인이 유의미하게 개입되며 결과적인 불평등을 발생시켰다. 셋째, 이러한 젠더화된 업계 네트워크 구조와 노동문화를 움직이는 이데올로기로는 위험 감수(Risk taking)와 성과에 따른 능력주의가 있다. 위험 감수 이데올로기는 이익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그에 수반되는 책임을 남성 중심적인 투자 네트워크의 외부로 이전시켰다. 이를 발판 삼아 다시 한번 노동자들 사이에 배타적이고 투기적인 이윤 축적과 분배가 발생하며, 이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 경제 불평등과 관련된 약탈적인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는 금융자본주의와 그 안에서 태동하고 구성된 금융투자업계의 노동문화가 새로운 젠더 질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금융의 젠더화 등의 개념적 논의를 통해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드러냄으로써 비판적인 금융문화연구의 외연 확장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젠더화된 노동문화를 살펴 한국 사회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의 연결과 그에 따라 구축된 ‘그들만의 리그’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그 바깥에서 노동하고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아닌’ 이들의 경험과 욕망, 삶의 이야기를 학문의 장에서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함으로써 금융자본주의의 역동을 젠더 관점에서 새롭게 사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