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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01/17 [인천일보] [환경칼럼] 기후위기 해결의 열쇳말은 '인권'
작성일
2022.01.19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올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위기 보고서 2022'에서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10대 위기를 발표한다. 그중 1위가 기후위기대응 실패다. 기후위기 대응을 잘못하면 국가, 산업,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는 경고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기후위기 해법이 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문제로 집중되면서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현안을 놓치고 있다. 그것은 기후위기가 만든 인권문제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탄소국경세로 인해 석탄발전소, 철강 등 고탄소 산업이 전환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서 일해온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미래도 위기다. 지금처럼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태양광, 풍력, 원전이 이들을 구원해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인권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21세기를 뒤흔든 시리아 전쟁 이야기다. 시리아는 인류가 최초로 농경과 목축을 시작한 풍요의 땅이다. 그런데 시리아에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진 최악의 가뭄으로 식량의 2/3가 사라지고, 가축의 85%가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시리아 정부는 시민들에게 식량과 물, 연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때 이슬람국가(IS)라 불리는 무장단체가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고 지지를 얻으면서 급속도로 세력을 키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시리아를 떠난 난민이 500만 명이다. 하지만 2018년 전쟁이 소강되고 지금까지 시리아로 돌아간 사람은 9만여 명에 불과하다. 전쟁난민은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집이 있다. 그러나 가뭄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된 시리아 난민들은 돌아갈 터전이 없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도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했다. 몽골은 최근 60년 동안 기온이 2.24℃ 올랐다. 지구상에서 가장 온도가 높게 오른 나라가 몽골이다. 2014년 몽골 정부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몽골 국토의 80%가 사막화되었다고 발표했다. 가뭄과 한파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60만 명의 유목민들은 기후난민이 되어 도시로 떠났다. 떠나지 못한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노인들은 사막화된 땅에서 고된 삶을 이어가야 했다. 기후위기가 인권의 문제인 이유다.


기후위기는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할 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피해 당사자인 시민들이 직접 문제해결에 참여해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21세기 초 10년 넘게 기후와 빈곤 현장에 학교와 병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주었다. 이것이 밀레니엄 프로젝트다. 그러나 2013년 6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의 발표에서 세계은행의 성과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현지 주민들의 의존도만 높아졌을 뿐, 주민들 스스로 단단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현장, 몽골 바양노르 군(郡) 주민들은 다른 길을 걸었다. 2007년부터 바양노르 40여 가구의 기후난민들이 모래땅 30만 평에 숲을 조성했다. 여기에 숲을 만들어 농사와 과일나무 재배를 결정한 것은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중요한 일들을 직접 결정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길을 만들어 갔다. 그 결과 유엔은 2014년 바양노르 사례에 환경최고상을 수여했고, 기후피해를 입은 나라들에 대응 모델로 권고했다.


시민공동체를 주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선진국에도 있다. 2019년 미국 뉴욕주는 그린뉴딜 예산의 40%를 기후피해 시민공동체에 배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2021년 11월, 뉴욕주 인구의 절반이 넘는 950만 명이 뉴욕주 그린뉴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공동체가 결정하면, 그린뉴딜 예산을 지원받아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한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시민의 것이 된다.


이처럼 지금껏 기술 중심의 우리나라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열어가는 열쇳말도 인권이 되어야한다. 결국 시민의 지지가 정책 성공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