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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11/30 [법조신문] 난민(亂民)이 아닌 난민(難民)
작성일
2022.11.30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제네바 통신] 난민(亂民)이 아닌 난민(難民)



최근 세계 인구 관련 두 가지 흥미로운 통계를 보았다. 하나는 지난 11월 15일 유엔 공식 발표 기준으로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40억 명을 넘어선 것이 1974년이라고 하니, 불과 반세기 만에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지구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전 세계 강제 피난민(난민)의 수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초로 1억 명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 이상이 난민인 셈이다. 정치·경제·사회적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날 수에 없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難民)’이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난민이 급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1400만 명이라고 하며, 시리아·남수단·아프가니스탄·미얀마 난민들과 함께 통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평화와 번영이 없는 곳에 난민이 싹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는 난민 문제를 구조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민(難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2021년 아프간 난민 입국과 같은 예외도 있으나, 2018년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 사례 등을 보면 마치 우리의 일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亂民)’로 대하는 시선이 많다. 당장 생존의 갈림길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좀 더 열린 마음, 따뜻한 시선으로 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

최근 난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그란디 최고 대표는 11월 초 미국과 일본을 방문한 후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2018년에 이은 4년 만의 방한으로 정부와 민간의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정부 인사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부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을 만났으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죄다 만난 셈이다.

우리 정부는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UNHCR과 연대를 강화할 것을 천명하면서, 그 일환으로 양측간 기본협력협정을 체결하였다. 아울러, 향후 UNHCR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난민 문제는 정부 차원의 협정 체결과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난민과 함께하는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글로벌 복합위기인 난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나서야 하며, 우리도 적극 동참할 수 있길 기원한다.

/고영걸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