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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11/23 [여성경제신문] [지금 카타르] '첫 중동·첫 女심판' 기록했지만···인권 논란 '오명'
작성일
2022.11.23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지금 카타르] '첫 중동·첫 女심판' 기록했지만···인권 논란 '오명'


주심 36명·부심 69명 중 여성 부심·주심 각 3명
잉글랜드 대표팀, 인종차별 반대 '무릎 꿇기' 퍼포먼스
앰네스티 "인권 증진 원동력 약속, 진정성 의심"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92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주심이 경기를 관장한다. 그러나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진 탓에 축구계와 인권단체 등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FIFA가 지난 5월 발표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심판 명단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주심 36명, 부심 69명, 비디오 판독 심판 24명이 조별리그에서부터 결승전과 3·4위전까지 모두 64경기에 나선다. 여기에는 여성 부심과 주심이 각각 3명씩 포함됐다. 살리마 무카상가(르완다)·스테파니 프라파르(프랑스)·야마시타 요시미(일본)가 주심으로 출전한다. 네우사 백(브라질)·카렌 디아스(멕시코)·캐서린 네스비트(미국)는 부심으로 활약한다.

FIFA는 월드컵 심판에 성별 제한을 두진 않았으나 여성 심판이 FIFA 주관 남자 대회에 기용된 것은 2017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 인도-미국전이 처음이다. 당시 여성 심판 움피에레스 클라우디아(우루과이)가 대기심으로 투입됐다.

그러나 성소수자·여성·이주 노동자 인권침해 문제로 개막 전부터 곳곳에서 ‘보이콧 카타르’ 선언이 이어진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란 대표팀과 경기 전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주장 해리 케인은 앞서 성소수자 지지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겠다고 밝혔지만, 경고를 주겠다는 FIFA 입장에 ‘차별 반대’ 문구가 들어간 완장으로 대체했다.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후 최근 10년 동안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대회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 세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조사데이터 분석 기업 유고브(YouGov)가 국제앰네스티 의뢰로 15개국 성인 1만74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6%가 FIFA의 파트너사 및 후원사가 카타르 월드컵 준비기간에 고통받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공개적으로 FIFA에 요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라고 했다.

카타르가 여성에게 안전한 국가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지난 2월 월드컵조직위원회 소속으로 카타르에서 일하던 멕시코 여성이 동료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폭행 흔적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고 진단서를 첨부해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카타르 수사당국은 “연인 사이”라는 가해자 손을 들어줬고, 오히려 피해자를 ‘혼외 정사’ 혐의로 기소했다.

카타르에선 혼외 성관계를 가진 남녀는 형법 281조에 따라 징역 7년까지 선고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카타르 경찰은 성폭력 신고를 한 여성들을 종종 믿지 않고, 여성이 남성 범죄자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나 암시만으로도 여성들을 기소해왔다”고 비판했다.

FIFA는 개막과 함께 논란이 일축되기를 기대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카타르를 향한 비판을 이해하기 어렵다. 개혁과 발전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라며 “카타르는 준비가 됐고, 역사상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 어떤 나라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 북한이 대회를 열길 바란다면 내가 제일 먼저 북한으로 가겠다”며 “FIFA는 정치인이 아닌 축구인으로서 사람들이 하나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가·기업·단체 등이 스포츠를 이용해 각종 문제를 은폐하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FIFA의 인권 책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축구를 인권 증진의 원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라며 “FIFA의 인권 정책 수립과 기준 엄수도 모두 환영할 만한 계획이지만, FIFA는 주관하는 대회와 관련된 부정적인 인권 위험 또는 침해 행위를 확인, 예방, 경감, 해명하기 위해 적절한 인권 성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최수빈 기자
/ ㅊ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