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인권 침해 쉬쉬한 FIFA … 유럽 10개팀 “인권은 모든 곳에 적용” 반발

월드컵 준비 등으로 이주노동자 6500명 이상 숨졌다는 의혹
잉글랜드·웨일스 등 10개팀 ‘축구에만 전념’ FIFA 서한에 공개 반발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카타르 인권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참가국에 인권 문제 대신 '축구에만 집중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이 알려지자, 잉글랜드 등 유럽 10개 팀 축구협회가 다시 공동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 10개팀 축구협회는 카타르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마크 불링엄 FA(축구협회) CEO(최고경영자)와 노엘 무니 웨일스축구협회 회장이 서명했으며 덴마크·벨기에·독일·네덜란드·포르투갈·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 등이 참여했다.

앞서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구축에 힘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자 FIFA는 지난 4일 32개 참가국에 편지를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든 의견과 신념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세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이라며 "특정 사람이나 문화, 국가가 다른 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원칙은 상호존중과 차별 없는 문화의 초석이며 축구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유럽 10개 축구협회의 성명은 FIFA의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이들은 "카타르 이주노동자의 권리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성소수자를 비롯해 월드컵 관람을 위해 떠난 모든 팬들에 대한 안전 및 보안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다양성과 관용을 수용하는 것은 인권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인권은 보편적이며 모든 곳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축구가 세계의 지속 가능한 변화에 더 긍정적이고 신뢰 가능한 기여를 해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1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공사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카타르 인구 280만명 중 카타르 태생 국민은 38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월드컵 준비 기간 동안 저임금과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월드컵이 피로 얼룩졌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됨에도 카타르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월드컵 관광객 숙박 지역 인근에서 머물던 노동자 수천명을 강제로 쫓아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카타르 정부는 지난달 수도 도하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주 노동자 1200여명을 사전 통보 없이 강제 퇴거시켰다. 이를 두고 중동 인권단체 '이주자 권리 프로젝트'의 바니 사라스와티 국장은 "카타르가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는 것을 숨긴 채 호화롭고 부유한 겉모습만 보이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는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3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