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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10/12 [법조신문] "인간 생명권 존중" vs "공익 위해 불가피"... 헌재, 사형제 공개변론
작성일
2022.10.12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2022.07.15]"인간 생명권 존중" vs "공익 위해 불가피"... 헌재, 사형제 공개변론


헌법재판소, 사형제 위헌소원 공개변론 진행... 4시간 넘게 공방 이어져

청구인 "국가이전에 부여된 생명권, 인간 존엄 법으로 판단 할 수 없어"

법무부 "국민 법 감정, 응보적 정의 요구하고 있어... 완전히 배제 못 해"


"사형제에 관한 헌법재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우리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삶, 생명은 국가 이전에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제정권력이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는 이미 모범답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을 얘기할 때 있어 범죄자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현대 사회에서 극단적인 범죄는 1년에 800건 가량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극단적인 형벌은 계속 없애고 있다. 범죄자의 인권만 생각하고 일반 선량한 시민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닌가“

'사형제' 존폐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12년 만에 세 번째 변론이 진행됐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41조 1호 등 ‘사형제’에 대해 헌법소원심판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은 4시간이 넘는 공방으로 이어졌다. 

청구인인 윤 씨는 지난 2018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 등을 선고 받았다. 청구인 변호인은 제1심 재판 계속 중 형법 제41조 제1호,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후 1심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청구인은 2019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1심 판결에 대해 상소했으나 항소기각과 대법원으로부터 상고기각 판결 받아 판결이 확정됐다(2019도7463 등). 청구인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주요 쟁점은 형법 제41조 제1호와 같은 법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형법 제41조는 형의 종류 중 하나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50조 제2항은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사형 등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명권, 법적 평가 통해 판단할 수 없어... 인간 존엄성 침해

청구인 측은 헌법이 사형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사형이 헌법상 명문 근거 없이 법률에 의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던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헌법제정의 고민이나 국민 합의를 거쳐 신설된 조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형제의 이점으로 주장하는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청구인은 "사형의 일반예방효과는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 없고 미국도 여러 변수가 있어 위하력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며 "사형제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한 일치된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 오판임이 판명되어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면서 오판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사형제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 등에 의해서도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생명은 절대적 가치로 법적 평가를 통해 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생명권은 인간의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사형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3월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에 따라 유럽으로부터 인도받은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될 수 없다. 또한 평등원칙상 유럽 이외 또는 국내에서 체포된 범죄인에게도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 유럽연합은 회원국이 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사형제도 폐지를 들고 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허완중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왔다. 허 교수는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박탈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국가 본질에 반하므로 국가형벌권에는 생명박탈권이 포함될 수 없다"며 "국민 합의 산물인 헌법의 기념이본과 충돌하는 국민 일반 법감정은 법해석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사형제도를 정당화할 근거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헌법 제110조 제4항만으로 헌법이 사형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거나 허용한다고 볼 수 없고 사형제도를 두어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도 않는다"며 "헌법 제110조 제4항의 실제적 의미는 사형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허용하는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에게 사형이라는 형벌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형은 사형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다른 사람의 범행 방지라는 일반예방이나 사회방위만을 지향하는 형벌에 불과하다"며 "사형제도는 사형수를 자기 목적이 아닌 오직 국가 형사정책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사형제가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사형이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다면 그 선고부터 집행까지 전부 공개돼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 국가는 사형 집행을 공개하지 않는데 이러한 현실은 일반예방을 위한 사형제의 존재 이유와 상치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사형제, 사회 방어하는 공익 목적 커”

피청구인인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응보적 정의를 내세우며 생명권 역시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 대변인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이 사형을 반드시 존치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더라도 반대로 헌법이 사형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은 심리적 위하(威嚇)를 통해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이를 집행함으로써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제거해 사회를 방어하는 공익 목적이 있다"며 "형벌의 본질인 ‘응보’의 측면에서 사형은 생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그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 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형벌로 범죄예방기능이 크다"면서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고려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며 사형제 폐지에 반대했다.

또 법무부는 사형으로 규정된 범죄는 흉악범죄에 한정되어 있고, 사형선고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50조 제2항이 처벌하는 존속살해죄에 대해서도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이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에서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패륜성이 더욱 크다"며 심판대상조항 모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한 배경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유럽연합이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자격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일본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오판 가능성은 사형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로 관련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형제에 따른 생명의 박탈을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인해 무고하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이나 그 위험과 같게 볼 수 없다"며 "두 생명권이 충돌하게 되면 범죄행위로 인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 방지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측 청구인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형제도의 찬반 문제와 사형제도의 합헌 여부는 결이 달라 입법론과 해석론의 관점으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응보적 정의관은 사형을 정당화시키는 뿌리 깊은 논거로 근대 형사법 체계에서 형사 처벌의 목적이 ‘보복’이 아닌 ‘교화’에 있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응보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 국민의 법 감정이 여전히 응보적 정의를 요청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사형제 위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을 주장하는데 결국 신체의 자유를 영원히 박탈하는 절대적 종신형도 생명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사형권 못지 않다"며 "절대적 종신형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사형을 폐지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대안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에서 극단적인 범죄는 1년에 800건 가량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극단적인 형벌은 계속 없애는 것이 맞느냐"며 "범죄자의 인권만 생각하고 일반 시민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7개 종단 "UN, EU 모두 사형제 폐지 찬성,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흐름" 

공개변론을 앞두고 국내 7개 종단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발표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외·사형제폐지범종교연합은 공개변론이 진행되기 전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개 종단 공동의견서를 낭독하고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7개 종단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헌재 위헌 결정을 간절히 기다린다"며 "인권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헌재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UN이 이미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목표로 선언한 지 오래됐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는 필수 조건 중 하나가 사형제도 폐지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28개국을 더하면 유엔 회원 193개국 중 사형폐지국 수는 145개국으로 세계적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고 밝혔다.

1953년 한국 제정 형법에 포함된 ‘사형제’는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국제엠네스티는 2007년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했고 정부는 2020년 75차 유엔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찬성했다. 현재 국내 미집행 사형수는 총 59명이다.

헌재에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최초는 1996년 살인죄 법정형으로 사형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두 번째는 2010년 형법 제41조 제1호에 대해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장두리 기자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