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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2 [법조신문] [위클리] 노인 문제와 부동산규제에서 드러난 국내 인권 실태... "발전 없이 답보만 거듭"
작성일
2022.10.12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2022.03.13] [위클리] 노인 문제와 부동산규제에서 드러난 국내 인권 실태... "발전 없이 답보만 거듭"



대한변협, '2021 인권보고서 제36집' 발간


초고령사회 앞두고 노인 인권 집중 조명


"1세대 1주택 정책은 위헌… 실패한 정책"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국내외 법제도 살펴



국내 인권 상황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매년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7일 배포한 '2021 인권보고서 제36집'은 2021년 인권상황에 대해 "별반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2020 인권보고서에 표지만 갈아붙여도 거의 그대로 통용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국내 인권 상황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장기화와, 대통령 선거 등 선거 이슈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을 꼽았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노인 인권 △재산권(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의미와 국가 개입의 한계) △괴롭힘 등 그동안 상세히 짚어보지 않았던 주제들을 특집 분야로 선정해 인권문제와 연결지었다. 특집은 고정 주제 외에 사회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로 구성된다.

■"노인 관련 대부분 논의는 '돌봄'에 치중… 더 많은 관심을"

2021 고령자 통계(자료: 통계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인구의 16.5%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20.3%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권보고서는 "모든 인간이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인 인권은 시간의 문제"라며 "특히 이례적으로 빠른 고령화가 야기할 수 있는 저성장, 세대 간 갈등, 빈곤 문제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노인 인권은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인 인권 문제는 2020~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기저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전 세대와 연령을 통틀어 노인층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노인층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돌봄 제도의 허점과 모순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국내에서도 요양원 등 집단시설에서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됐다. 병상 부족으로 입소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거나, 방문의료 시스템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등 국가적인 돌봄 체계에도 공백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80세 이상 노인의 치명률이 모든 연령 사망자 평균의 다섯 배에 달한다"며 "취약계층 노인에 대한 불충분한 의료조치와 돌봄서비스 및 사회적 고립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신청자 대비 심사인력의 부족이라는 만성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중은 장기요양보험의 성공적인 안착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해 도입된 독거노인 대상 응급안전알림서비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장비 노후화로 인한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오작동·민감 작동건수는 총 14만 1962건에 달했다. 응급관리요원은 담당해야 하는 1인당 취약계층 노인수는 무려 153명이다. 실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노인 인권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총평했다.  

또 "정년이 지난 노령 계약직직원의 처우 문제, 노인학대범죄에 대한 처벌,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장례 문제, 성년후견제도를 통한 노인의 의사표시 등 향후 노인 관련 법률적 쟁점이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법학계에서 노인 인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규제만 밀어부친 부동산 정책, 결국 실패"… 방역 정책 후폭풍도 심각

어느 정권에서든 부동산 정책은 늘 부침을 겪어왔다. 특히 부동산 규제는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어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출처: 2021 인권보고서 )


인권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에 대한 국가 개입 형태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거래 관련 조세와 준조세 부담 가중 내지 강화 △투기과열지역 또는 조정대상지역 등에 대한 거래 규제 △조세우대조치 등 세 가지로 나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부동산 정책을 무려 25차례나 발표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2017년 8월 2일에 발표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18년 9월 13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 대책 △2019년 12월 16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 △2020년 6월 17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정책은 역효과만 일으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실현 불가능한 희망사항으로 전락했다. 현재 서울 시내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7억 원에 육박한다.

인권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토지공개념'에 근거한다고 봤다.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공공재(公共財)라는 사상에 기초해 국민 개개인의 토지재산권 사용 등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오남용 될 경우 기본권을 크게 제약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지역 내엥서 주거지역은 18㎡, 상업지역은 20㎡가 넘는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강력한 대책이지만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 논란이 일었다. 

인권보고서는 "토지거래허가제 위헌 주장의 결정적 논거는 '불허가에 따른 토지소유자에 대한 환가(換價)의 가능성'"이라며 "불허가에 따른 환가의 가능성을 현저히 축소해 이를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다면 존속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이 가지는 특성은 재산권 제한에 관한 일반적인 수단으로도 가능하다"며 "특히 1세대 1주택에 대한 주택공개념 적용은 위헌성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과 투기를 잡겠다는 단편적 사고에 사로잡혀 규제 위주 정책만 줄기차게 밀어붙인 정부의 연속된 정책 실패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인권보고서는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피해보상 문제도 언급했다. 

지난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침을 시행하면서 식당 등 영업장 운영 시간과 모임 인원 수를 크게 제한했다. 규제가 가장 심했을 때 식당과 카페는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었고, 오후 6시 이후 모임은 2명까지만 가능했다. 클럽 등 유흥업소는 영업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 정책으로 인한 영업손실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대로 파산에 내몰렸다. 인권보고서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불어났던 원인으로 입법 불비와 융통성 없는 행정 운영을 꼽았다.  

인권보고서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영업제한조치의 경우 시민의 공공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보상청구권의 불인정은 입법적 불비"라며 "영업금지나 제한이 계속 연장된다면 국가의 재난지원금 교부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주의 생존을 위협하게 만드는 파산가능성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괴롭힘은 사회 문제… 법제도 정비해 더 큰 피해 막아야"

최근에는 학교 뿐 아니라 직장, 커뮤니티 등 사회에서도 개인을 향한 집단적 괴롭힘이 가해지는 사례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를 '단체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부당한 시선이 존재한다. 

괴롭힘을 겪거나 목격할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이 '학교'와 '직장'이다. 학교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2004년 1월 29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2019년 1월 15일,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 업무환경이 조성됐다고 한 번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3.3%에 달했다. 거의 매일 괴롭힘을 경험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33.3%는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burning;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문화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선배 간호사에 의한 폭언·폭행 반복적으로 지속돼 고통을 받던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태움' 문화로 인한 피해를 산업재해로 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을 취업규칙에 필수 기재하도록 하고 △괴롭힘 발생사실에 대한 주장 및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 등 불이익 조치시 처벌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이 신설됐다.

인권보고서는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괴롭힘을 단지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피해자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더는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나 가해자에게서만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최대한 예방하고, 신속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를 줄이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오래전부터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외국 사례들을 검토하고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출처 : 법조신문(http://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