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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1/17 [국민일보] “살인훈련 거부”…대체역 편입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작성일
2022.01.18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살인훈련 거부대체역 편입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대체복무로 편입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병무청이 그간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전향적인 판단으로 평가된다. 향후 개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같은 결정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는 지난 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정욱(31)씨가 낸 대체역 편입신청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신앙이나 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이들 중 대체역 편입이 결정된 첫 사례다.


앞서 정씨는 자신을 “군사훈련과 폭력을 거부하는 비폭력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에 응하지 않았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5월 17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정씨는 9개월여 복역한 뒤인 지난해 2월 28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만 28세 이상으로 선순위 소집 대상인 정씨는 이번 병무청 결정에 따라 올해 상반기 안에 대체역 복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실 인용이 안 될 줄 알았다”며 “좋기도 하지만, 복합적인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3년이란 시간을 대체복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면서도 “복무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믿는다”며 “군사훈련, 집총 등은 모두 살인을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병역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병역거부를 향한 비판에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폭력은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배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선 “재판부가 개인의 양심과 신념, 입장에 대한 고려나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그저 범죄 구성요건만 맞춰 판단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시민단체 병역거부운동연대에서 대체역 복무 지원을 독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대체역복무위의 이번 결정으로 병역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더 용기를 갖고 대체역 편입신청 심사에 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것을 계기로 202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대체역 편입 신청 대상은 현역병 입영대상자,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 복무를 마친 예비역 등이다.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은 대체복무 요원으로 소집돼 군사훈련 없이 36개월 동안 합숙하며 급식·보건위생·시설관리 등의 보조 업무를 한다.

대체복무 편입 여부는 병무청 대체역심사위가 종교적 신앙 사유, 개인적 신념 등의 이유를 따져 결정한다. 신청인의 SNS 등 온라인 조사를 비롯해 현장·주변인 진술 등을 실시하며, 해당 내용을 5인 사전심사 위원회에서 심사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 등 6개 기관에서 추천한 심사위원 29명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 심사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 청구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 3일 기준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총 648명의 인원이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돼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