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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1/25 [부산일보] 부산 180억 전세사기 50대 징역 15년…재판부, 피해 청년 마음 어루만져
작성일
2024.01.25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을 담당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박주영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당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24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3년보다 높은 이례적인 선고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3년 동안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A 씨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229명에 달하며 이들은 180억 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는 수년간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지역 원룸 9채(296세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이런 범죄에 맞서 사법 당국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다른 부동산이 있어 변제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유보된 약속은 또 다른 기만일 뿐이다”며 “A 씨는 공판 과정 내내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피해자들이 항상 지적하듯이 사죄와 용서는 법원에 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선고 직후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을 위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탄원서를 작성한 피해자에게 직접 A4 용지 두 장을 전달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이다”며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50대 노숙인 피고인에게 선고 직후 따뜻한 위로와 함께 책과 현금(부산일보 2023년 12월 25일 자 9면 보도)을 건네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