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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11/17 [주간조선] 국회 통과된 ‘노란봉투법’...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작성일
2023.11.17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가 비어 있다. photo 뉴시스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해당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노동계와 야당에서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폭탄이 차단됨으로써 노동권이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와 여당에서는 산업현장에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노사갈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파업조장법’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해당 법의 당부를 떠나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쌍용차 사태서 비롯된 ‘노란봉투’ 캠페인>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소위 쌍용자동차 사태라 불리는 대규모 파업이 발생한 바 있다.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실시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면서 발생한 사태인데, 파업으로 인해 인적·물적 피해가 상당히 발생했다. 

법원은 지난 2013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하여 회사와 경찰에 약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2심에서도 노조와 조합원들은 패소했다. 다만 경찰에 대한 배상금이 소폭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 주간지 독자가 배상금을 함께 모아보자는 취지로 4만7000원을 해당 주간지에 보냈고, 해당 주간지는 이를 이어받아 손해배상금을 함께 모아보자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벌였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것에 착안하여 손해배상이나 관련 가압류 조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이름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도 이처럼 파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범위의 확대>

그럼 노란봉투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먼저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파업)의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의 범위가 명시적으로 확대된다. 원칙적으로 교섭의 상대방이라 할 수 있는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내 하청업체의 사업폐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하여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였다면 원청회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여 그 범위를 넓힌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즉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반영하여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제2조 제2호 후단 신설) 즉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도 확대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노동쟁의(파업 등)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정해져 있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제2조 제5호) 언뜻 보기에는 ‘결정’이라는 두 글자만 빠진 것이므로 큰 개정이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실제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사유도 넓어졌다>

이전까지는 근로조건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다툼만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었으나, 이제는 단체교섭 등으로 결정된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다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약의 불이행을 이유로 파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파업을 할 수 있는 사유가 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불법파업이 발생한 경우 지금까지 법원은 통상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의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보아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했다. 즉 모든 공동 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배상액 전부를 부담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서는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제3조 제3항)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러한 법 개정은 지난 6월 15일 이루어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다38543 판결)과 동일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이 한 행위에 국한하여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 개정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부담의 주체가 원칙적으로 피해자인 사용자(회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법 개정은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사람이 어느 정도로 불법파업에 가담하였고, 그 역할은 무엇인지, 귀책사유나 기여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명하여야 하는데, 파업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했다.(제3조 제3항) 노란봉투법은 그 개정이유에 대해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제3자인 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신원보증제도가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정재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