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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법률신문] 국내 태양광기업이 美기업 상대 제기… 美연방법원,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인용
작성일
2023.11.06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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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광 중소기업이 미국 태양광 기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미국 법원이 인용했다. 미국 영업비밀 소송에서 가처분 인용에 성공하는 경우 본안 승소 확률이 80%에 이른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이 최종 승소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은 지난 8월 2일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 '솔라리아 코퍼레이션(Solaria Corporation)'이 한국 태양광 모듈 제조사 '솔라파크코리아(SPK)'의 영업비밀을 사용·공개·유포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SPK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미 법원은 "SPK의 영업비밀은 충분히 특정됐을 뿐 아니라 솔라리아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cross-license) 계약도 체결됐던 만큼 솔라리아가 SPK의 영업비밀을 모른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SPK의 손을 들어줬다. 교차 라이선스 계약은 기업들이 서로 필요한 특허를 가진 경우 서로의 특허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솔라리아는 통상적인 모듈보다 더 많은 태양전지(solar cell)를 집적해 발전 효율이 높은 '슁글(shingle)' 모듈 기술 특허를 보유한 미국 기업이다. 주로 가정용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며 올해 7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SPK는 2008년 설립된 한국 중소기업으로, 전북 완주에 위치한 2개의 공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수출한다.

 

SPK는 2016년 솔라리아와 계약을 체결하고 슁글 기술이 적용된 태양광 모듈을 생산·공급해왔다. 그런데 최근 솔라리아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SPK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SPK를 인도, 베트남 등 해외 제조사들로 대체할 것을 암시했다. SPK는 이 과정에서 자사의 영업비밀이 솔라리아를 통해 해외 제조사들에게 넘어갔거나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3월 "솔라리아가 SPK의 슁글 태양광 모듈 생산 기술력과 노하우를 무단으로 해외 제조사들에게 제공해 SPK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솔라리아를 상대로 2억2000만 달러(약 297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5월에는 솔라리아가 SPK의 영업비밀 사용하는 것 등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냈다.


가처분 소송에서 솔라리아 측은 SPK 측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은 실체가 없거나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두 기업이 과거 태양광 패널 생산을 위해 맺은 계약에 따라 모든 분쟁은 중재로 해결해야 하므로 일부 청구원인에 대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관할권이 없으며, 따라서 소송은 이미 중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회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라첼리 마르티네스 올긴(Araceli Martinez-Olguin) 연방판사는 두 기업이 교차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던 점 등에 비춰 'SPK의 영업비밀을 모른다'는 솔라리아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또 △SPK의 영업비밀은 '독자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SPK가 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SPK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솔라리아가 이러한 SPK의 영업비밀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황을 고려하면 솔라리아가 타 제조업체에 SPK의 영업비밀을 공개했거나 공개할 위험이 있다"고 판시했다.


'영업비밀 침해 외 청구는 소송이 아닌 중재로 해결돼야 한다'는 솔라리아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 법원은 "SPK와 솔라리아의 모회사 '컴플리트 솔라리아(Complete Solaria)'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영업비밀 부문에서는 중재로 하자는 합의가 없으므로 중재에 회부될 수 없다"며 "그 외 청구원인에 대해서는 중재재판부가 판단을 내릴 권한을 지니므로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서 판정이 나올 때까지 캘리포니아에서의 소송절차는 중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과거 태양광 생산을 위해 계약을 맺으며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SIAC 중재를 통해 해결하자'고 합의했다. 다만 특허, 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IP) 관련 분쟁은 그 판단 관할을 캘리포니아 법원에 두자고 했는데, 미 법원이 이에 근거해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가처분 사건에서 SPK 측이 승소함에 따라 향후 판정이 나올 영업비밀 본안 소송과 국제중재 사건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특허업계와 특허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확률은 40%에 그치지만 가처분 인용 명령을 확보한 원고의 본안 소송 최종 승소 확률은 84%에 이른다.
법무법인 지평 국제분쟁팀장인 김진희 미국변호사는 "SPK의 독자적 IP를 보호하기 위해 미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금지 소송을 냈고, 이례적으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법원이 한국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이 미국 법원 관할 소송에서 미국 로펌에 의존하지 않고 승소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사건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평은 이번 소송에서 SPK의 주 대리인(Lead Counsel)을 맡아 가처분 인용을 이끌어 냈다. 솔라리아 측은 미 대형로펌인 스텝토 앤 존슨(Steptoe & Johnson)이 대리했다.


홍윤지 기자

기사 원문: https://www.lawtimes.co.kr/news/192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