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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6/01 [법률신문] 정치 이어 경제도 ‘사법화’… 법원이 기업 운명 좌우
작성일
2024.06.03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대기업 오너 재산분할-상속 등 분쟁 법원으로 밀려들어

“법대로 판결” 경향도 강해지며

기업의 리스크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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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가(家)의 분쟁 등이 사법부로 넘어와 법원 판결에 의해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제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인해 법원 판결에 따라 정치권의 운명이 좌우되는 ‘정치의 사법화’에 이어 기업과 국가 경제의 운명마저 법원 판결에 의해 결정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이 최태원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SK그룹의 경영권 구도가 흔들리게 됐다. 부부 간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재계2위 그룹의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SK㈜ 주가는 판결 전날인 29일 14만4700원에서 31일 17만6200원으로 이틀동안 22%나 올랐다. 시장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하이브-민희진 사건’도 법원 결정에 의해 희비가 갈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최대 주주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국내 엔터업계 1위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기업 경영권을 좌우할 소송들이 줄줄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 등과 구광모 회장의 상속재산 분쟁,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녀가 조 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을 청구한 사건, 재산 규모가 10조원대로 추정되는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자 권혁빈 회장의 이혼소송 등도 법원 판결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경제의 사법화’와 함께 주목되는 점은 법원의 관행이던 ‘국가 경제적 고려’,  ‘기업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법대로 판결’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 일가의 형사사건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관행처럼 적용됐던 이른바 ‘3·5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풀어주는 것)’은 거의 없어졌고, 민사 사건 판결에서 보이던 ‘경영 경제적 고려’도 사라지고 ‘법대로’ 판결로 바뀌는 추세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의 1심 판결은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회사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 사적 분쟁에 의해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고 다른 이해 관계인들에게까지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며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런 법외적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SK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한 중견 로펌 대표 변호사는 “SK 이혼 판결, 민희진 가처분 결정은 사실상의 판례 변경인데다 약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원이 경영 경제적 고려 없이 법대로 판결하는 만큼 경제의 사법화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신문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법률신문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법률신문 홍윤지 기자: hyj@lawtimes.co.kr

기사 원문: https://www.lawtimes.co.kr/news/198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