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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6/04 [농민뉴스] "위탁사육농가에만 살처분 보상금 지급은 위헌"
작성일
2024.06.05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방역 조치로 가축을 살처분했을 때 위탁사육농가에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5월30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48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서 조항의 효력은 2025년 12월31일까지 유지하고, 기간 내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2019년 양돈 계열화사업자인 A사가 살처분 보상금에 대한 수급권을 주장하며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0월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A사와 계약한 위탁농가 B씨가 경기 파주에서 사육하던 돼지 1065마리가 살처분됐다. 그에 대한 보상금은 4억원으로 책정됐다.

2018년 12월31일 개정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살처분 보상금은 가축 소유자인 A사가 아닌 사육농가 B씨에게 지급됐다. B씨는 A사와 계약한 내용에 따라 살처분한 돼지에 대한 사육수수료 전액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파주시에서 받은 보상금에서 1차 지급분인 1억5900만원을 A사에 송금했다. 나머지 2차 지급분에 대해서도 A사에 수령 권한을 위임했다. 하지만 B씨 채권자인 C·D업체가 2차 지급분에 대해 채권 압류와 추심 명령을 받아 이를 파주시에 송달했다. A사는 파주시에 2차 지급분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는 채권 압류와 추심 명령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A사는 2차 지급분의 수급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채권자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단서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살처분 보상금 수급권이 위탁사육농가에만 귀속하도록 하면 계열화사업자는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양돈업 계열화사업자는 양계와 달리 영세 업체인 경우도 많아 농가보다 우월한 교섭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살처분 보상금을 가축 소유자인 계열화사업자에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법 개정을 주문했다.

양돈업·육계업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양돈업의 계열화율은 2021년 기준 34.4%, 육계는 94% 수준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양돈업은 계열화사업자와 위탁농가가 대등한 사례가 많아 농가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전무는 “파주 사례처럼 살처분을 했을 때 농가들이 약정한 수수료라도 받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분쟁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농가 의견 등을 수렴해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기사원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6035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