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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6/05 [부산일보] ‘보이스피싱’ 신고에 엉뚱한 계좌 중지됐는데 구제 방안이 없다?
작성일
2024.06.05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제3자 사기’를 당한 경남 창원시 한 금거래소 내부 CCTV 모습. 독자제공
‘제3자 사기’를 당한 경남 창원시 한 금거래소 내부 CCTV 모습. 독자제공


경남 창원에서 본인이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되는 ‘제3자 사기’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계좌 지급정지 등이 신속히 이뤄지면서도, ‘3자’에 대한 구제 방안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한 금거래소에서 30대로 보이는 A 씨가 목걸이·반지 등 800여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A 씨는 약 2주 전부터 이 금거래소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골드바·목걸이 등에 대해 문의했다.


같은 달 16일 직접 가게를 방문해선 “계좌로 입금하겠다”고 말했고, 업주(60대)는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갑자기 “OTP카드(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놓고 왔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약 일주일이 지나 가게를 재방문해 실제 금을 매입했다. 업주는 계좌에 800만 원이 들어온 데다 “어머니 명의로 입금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거래했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업주의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된 것. 은행에 내용을 확인하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업주 계좌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즉 보이스피싱에 속은 한 피해자가 업주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고 이를 확인한 업주는 가게에서 대기하고 있던 공범 A 씨에게 금을 건네 ‘제3자 사기’ 피해를 당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거액을 날린 피해자는 물론이며, 금거래소를 운영하는 업주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현금 유동성이 필수인 금거래소에서 자금이 묶이면 영업손실은 불가피하다. 지급정지를 풀기 위해 문자·통화 내역, CCTV 화면 등을 첨부해 이의제기를 접수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최소 17일(영업일 3일+2주) 동안 거래 대금(800만 원)만큼은 묶이게 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를 위해 마련된 절차에 또다른 2차 피해가 생기는 셈이다.


혹 피해자가 기한 내 은행을 찾아 ‘사건사고사실확인원’ 제출 등 구제 절차를 밟으면, 이의제기 수용과는 별도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럼 다시 두 달 정도 시간이 지체된다. 피해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7일 이후 계좌 내 모든 돈을 입출금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금거래소 업주는 “물건을 매입하려면 선결제를 해야 하는데 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이미 돈을 못 굴려 놓친 손님이 한둘이 아니다”면서 “전화 한 통에 이렇게 생업을 막아버리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은행 측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 대응하는 과정이라 피치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들어왔으면 이 자금이 누구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며 “이의제기에도 계좌를 온전히 풀지 못하는 것은 많은 피해자가 구제 절차를 진행하기에 법원 판단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