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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08/01 [경향신문] 법원 “무기계약직, 정규직과 동일노동 했다면 동일임금”
작성일
2023.08.01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법원 “무기계약직, 정규직과 동일노동 했다면 동일임금”


Gettyimage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호봉을 대폭 깎은 공공기관의 조치가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 임금도 정규직과 같아야 한다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판결문에 못 박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강효인)는 지난달 25일 국토안전관리원(구 한국시설안전공단·이하 관리원) 직원 A·B·C·D씨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호봉정정확인 및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A씨 등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관리원이 이들의 깎인 호봉에 해당하는 기본급과 명절휴가비 약 1억8214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원에 기간제로 입사한 A씨와 B씨, C씨는 2017년 12월31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펴면서다. D씨는 2014년에 인사지침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관리원은 2017년 A·B·C씨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세 사람의 호봉을 2호봉으로 일괄 조정했다. D씨 등 이전에 전환된 기간제 노동자들에게는 종전 경력 등을 모두 인정해줬는데, A·B·C씨에게는 ‘입사·전환 절차가 다르다’며 차등을 뒀다.

관리원은 2019년 11월11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통폐합하면서도 차별 대우를 했다. 기존 정규직은 일반직 1~6급으로, 기존 무기계약직들을 7~9급에 배치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 같은 대우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기존 호봉이 반영됐다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A씨는 17호봉, B씨는 9호봉, C씨는 16호봉에 해당하니 이에 해당하는 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A·B·D씨는 일반직 통폐합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하위 직급에 편성된 탓에 받지 못한 기본급과 명절휴가비를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전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용절차의 차이가 무기계약직 입사·전환 후 업무수행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고, 따라서 이러한 차이만으로는 차등 대우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차등 대우의 정도도 적정선을 넘어섰다고 보인다”고 했다. 깎인 호봉을 월 수입으로 치면 A씨는 약 63만~70만원, B씨는 15만~16만원, C씨는 56만~64만원을 매달 덜 받았다.

재판부는 A·B·C·D씨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다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는 게 원칙이라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의사합치에 기초한 것이라도 무효”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정책에도 여전히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으로 머물며 여러 차별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사건을 대리한 김덕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이상적인 문구가 아니라 실제 재판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 규범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의의가 있다”며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하는데도 임금에 차별이 있다면, 설령 그 차별이 근로계약 등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무효라는 점을 지적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