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닫기
 
 

아카이브

제목
2023/06/27 [MBN뉴스] [단독] ‘윤필용 사건’ 연루 강제전역 대령에게 “국가가 2억 원 배상” 확정
작성일
2023.06.27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단독] ‘윤필용 사건’ 연루 강제전역 대령에게 “국가가 2억 원 배상” 확정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유신정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후계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군 장교들이 숙청당한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강제전역한 전직 육군 대령에게 국가가 2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15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고 황진기 전 육군 대령에게 국가가 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대한 상고 이유가 대법원이 심리해야 할 정도라고 판단하지 않을 경우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1972년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은 한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하셨으니 물러나시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해 이 사실을 안 박 대통령이 보안사령부에 조사를 지시하면서 윤 사령관을 비롯한 측근 10여 명은 군사재판에 회부됐고, 장교 30여 명이 강제전역했습니다.

당시 강제전역한 장교 중 한 명이었던 황 전 대령은 보안사 수사관실에 연행돼 고문과 폭행을 당한 끝에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황 전 대령은 지난 2016년 전역 처분 무효 행정소송을 내 이듬해인 2017년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고, 이에 2018년 가족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4억 4,000만 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2심 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건 인정했지만, 황 전 대령이 당한 국가의 불법행위는 1973년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 2018년이므로 손해배상 소멸시효(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또는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가 지났다며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소멸시효의 기준이 되는 ‘손해를 안 날’은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안 날 뿐 아니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의미한다”며 황 전 대령이 손해를 안 날은 '전역 처분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 사실을 알게 된 2017년 9월'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니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에 지난 1월 파기환송심 법원은 국가가 황 전 대령에게 2억 원, 황 전 대령의 아내와 딸에게는 각각 8,000만 원과 3,000만 원씩 모두 3억 1,000만 원을 배상액으로 정했습니다.


파기환송심 법원은 “황 전 대령이 육군사관학교 13기 졸업생 중 3년 만에 중령에서 대령으로 진급한 단 두 명 중 한 명일 정도로 우수한 장교였으나 전역처분으로 인생 성취의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윤필용 사건은 국민의 인권과 존엄가치를 보호해야 할 국가 공무원들이 오히려 정치적 목적으로 불법체포, 고문과 폭행, 위법한 전역처분 등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인권침해를 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중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황 전 대령과 아내는 별세했고 딸 황 모 씨가 “당초 청구한 4억 4,000만 원에 못 미친다”며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우종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