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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5/21 [세계일보] 80대 부모에게 네 남매 맡기고 수급비만 ‘꿀꺽’…법원 “친부 친권 일부상실”
작성일
2024.05.21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친부가 자녀 은행계좌 폐쇄하고 수급비 챙겨
법원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 상실”


80대 노부모에게 네남매의 양육을 떠넘기고 이도 모자라 네 자녀의 기초생활 수급비까지 가로챈 친부에게 법원이 친권 일부 상실을 결정했다.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판사 조영민)은 미성년자 네남매를 양육하고 있는 A씨가 아들이자 아이들의 친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권 상실 등 청구 사건에서 “B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B씨는 결혼생활로 오남매를 낳아 양육하던 중 부인이 병으로 사망하자 재혼을 결정했다. 어린 나이 탓에 오남매는 계모와의 불화를 겪었다. 아이들이 계모를 “아줌마”라고 부르자 계모는 화를 내며 아이들에게 거칠게 굴었지만 친부인 B씨는 이런 상황을 방관했다.

 

결국 아이들은 경남에 있던 조부모 A씨 부부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조부모는 오남매 중 아직 미성년자인 네남매의 양육을 떠안게 됐다.

 

네남매를 맡게 된 A씨 부부는 국민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해 생계가 빠듯했다. 다행히 초·중·고교에 다니는 네남매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현금 160만원과 쌀 40㎏을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네남매 중 고교생인 맏이가 지난해 8월 기초수급비가 송금되는 자신의 은행 계좌가 폐쇄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맏이가 은행에 확인한 결과 아버지인 B씨가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이용해 딸의 은행 계좌를 폐쇄한 뒤 자신의 계좌를 재개설해 기초 수급비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부모인 A씨는 지자체에 지원금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친부인 B씨의 친권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또한 미성년 후견인으로 80대 고령인 A씨 부부보다는 아이들의 고모를 선임해달라고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친부는 계모의 학대 행위를 부인하는 한편 수급비 160만원은 노부모가 임의로 사용할까 봐 인출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 계좌와 연계된 친부의 체크카드 내역을 확인한 결과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한 사실이 남아 있었다.

 

법원은 친부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선고하고 네남매의 고모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노부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친부모의 친권은 강하게 보호돼야 하지만 자녀의 보호와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경우 친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소영 세계일보 기자 soso@segye.com

기사원문 :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1505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