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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2/02/10 [법률신문] [법신논단] 얼굴인식 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하다
작성일
2023.02.10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얼굴’이라는 말은 정신·넋 등을 의미하는 ‘얼’과 형상이나 모양을 뜻하는 ‘굴’이 합하여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정설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얼굴을 ‘정신의 형상’으로 보는 것이 얼굴이 갖는 의미를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뇌는 얼굴을 보고 사람을 구별한다. 그런데 뇌가 아닌 기술, 즉 특정인의 얼굴을 스캔하여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얼굴인식 기술(Facial Recognition Technology, FRT)은 부지불식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미 일상속에서 광범위하게 구현되고 있다. 정부기관의 경우 행정안전부는 2017년부터 정부청사에 얼굴인식 출입시스템을 시범실시하고 있고, 오는 4월에는 4대 정부청사에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며, 법무부는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을 공항 자동출입국심사 등에 활용하고 있고, 경찰청도 범죄 피의자 3D 얼굴인식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민간기업 역시 사옥 출입이나 사내 식당 결제 등에 있어 얼굴인식 시스템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은 국가기관이 광범위하게 취득·보관하는 데이터베이스상의 얼굴사진을 인식대상의 사진과 대조하여 쉽게 신원확인을 할 수 있고, 지문이나 홍채와 달리 정보주체의 협조없이 원거리 촬영으로 얼굴정보 수집이 가능한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얼굴인식 기술은 국가기관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얼굴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어 국민에 대한 상시적 감시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전면 중지”할 것을 권고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 때문이다.


고화질의 CCTV, AI 기술에 기반한 얼굴인식 기술의 발달은 개인에게 생활 속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에 대한 실시간 감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도 얼굴이미지원본을 수집·처리하고, 이를 얼굴인식정보로 변환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신원인증과 신원식별 등을 통해 범인의 발견·체포·수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 설치된 다수의 CCTV와 연결하여 얼굴인식정보를 실시간으로 자동 검색할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이 유용한 도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이 가능한 경우와 관련하여 제18조 제2항 제8호에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얼굴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결국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얼굴정보의 이용이나 보호의 법적 근거로는 매우 빈약하며, 범죄수사를 위한 수사기관의 무제한적인 얼굴정보 이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불특정 공공장소의 CCTV와 연계한 실시간 검색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기술은 점점 더 발달할 것이고, 상업적 활용의 유혹과 함께 공공의 목적을 내세운 국가에 의하여 얼굴정보와 같은 개인의 생체정보는 실시간 수집·처리·활용되고, 개인은 실시간 감시의 대상이 되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린 채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얼굴은 단순한 물질의 형태가 아니라 정신의 형상이다. 기술적 유용성에 매몰되어 얼굴인식 기술의 활용만을 추구한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그만큼 위축될 것이다. 그러기에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내용을 넘어 얼굴정보 등 생체정보의 수집·보관·처리·활용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법적 절차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를 앞세운 AI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