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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02/06 [법률신문 뉴스] 인권위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 인권침해"
작성일
2023.02.06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 인권침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의 판단이 나왔다.

 
통신자료 제공은 법원 또는 검사나 수사관서·정보기관의 장 등이 수사나 재판,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과 달리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도 없다. 이용자 본인이 직접 통신사와 포털업체에 자신에 대한 통신자료제공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만 알 수 있다.


인권위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개정 시 통신자료 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적절한 통제 절차를 마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에게 관련 조항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절차를 갖도록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 등을 제·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진정인 A씨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영장 없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면서 이를 통지하지 않았고, 2021년 하반기 공수처가 특정 기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수사기관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등에 근거해 수사상 필요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적법하게 문서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이고, 이는 임의수사일 뿐만 아니라 관련 조항에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취득하면서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비밀·통신의 비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는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사기관도 범죄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와 수사관 등이 수사 목적을 위해 피해자들의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요청하고 취득하면서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헌법 제17조와 제1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며,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은 검사와 수사관 등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의 미비에 따른 것이므로, 법률 개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21일 시민단체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행위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388 등)에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헌재가 법 개정 시한으로 못박은 2023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유지된다.


헌재는 다만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받으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되므로,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국회에는 사후통지 등을 명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4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