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닫기
 
 

아카이브

제목
2023/12/26 [한국일보] "계약갱신권 거절시 실거주 증명 책임은 집주인 몫"... 대법, 첫 기준 제시
작성일
2024.03.13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핵심 내용이 바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다. 2년 임차 기한을 채운 뒤 한 번 더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임대인(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정도에만 요구를 물리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려 한다면, 그 근거 사실을 집주인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하급심 법원은 '집주인의 거짓말임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라면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집주인에게 명백한 근거를 요구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C씨를 상대로 낸 주택 인도 사건에서, 원고의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것을 증명하는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소재의 아파트를 보증금 6억 3,000만 원에 전세 계약(2년)을 체결했다. 2020년 12월 임차인들은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A씨는 "임대차계약 만료 후 내가 거주할 계획"이라며 갱신 청구를 거절했다.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A씨는 집을 비우라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인이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증명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였다. 하급심에선 판단이 엇갈려 왔다. 일각에선 임차인에게 입증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란 비판도 있었다. 임차인이 집주인의 다른 주택이나 기타 주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임대인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다"면서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고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거주 근거로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과 그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집주인 A씨가 실거주 계획과 관련 말을 여러 차례 바꾼 점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처음엔 자신과 자녀가 살 것이라고 했으나, 나중엔 지방에 거주 중인 자신의 부모가 거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실거주 의사 증명 책임 소재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 이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처음 명시적으로 풀이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기사 원문: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609340001460?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