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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3/12 [세계일보] 대법, 현대제철 '불법 파견' 첫 인정
작성일
2024.03.15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기사 원문: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312516787?OutUrl=naver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원청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낸 지 13년 만에 나온 결론이자 현대제철 내 ‘불법 파견’이 인정된 첫 번째 사례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피고의 상고를 일부 기각했다. 퇴직자의 임금 산정에 대한 부분 등에 대해선 심리를 다시 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109명과 52명은 2011년 7월 각각 사측이 불법 파견을 저질렀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현대제철과 하청계약을 맺고 일했지만 실질적으론 근로자 파견계약의 형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에 따라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1·2심은 현대제철과 원고가 파견근로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들을 현대제철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통제하고 작업 내용을 결정·지시했으므로 현대제철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불법 파견 논란이 불거진 뒤 현대제철이 도입한 생산통합관리시스템(MES)에 대해서는 단순히 도급 업무의 발주와 검수에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을 지시·관리하는 측면이 강화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역시 현대제철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파견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다”면서 “원고들이 피고(현대제철)의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돼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파견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하는지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 수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선고는 노동자들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1심 판결은 2016년 8월, 2심 판결은 9월에 나왔는데, 대법원에 상고한 이후 4년5개월 동안 계류 상태였다. 순천공장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불법 파견 소송은 총 5건으로 이번 소송은 ‘1차 소송’에 해당한다.

 

법원 판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는 2021년 2월 현대제철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2022년 7월 포스코를 상대로 한 하청 근로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자동차업종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한 적이 있지만, 제철업계에서는 ‘포스코 판결’이 처음이었다. 당시 법원은 포스코가 하청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은 포스코가 하청업체 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근로자 파견계약의 형태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날 선고에 대해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지위를 인정한 재판부 판단을 환영한다”며 대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기사 원문: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312516787?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