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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4/04 [조선비즈] 대법원 “‘안식일 면접’ 일정 변경 로스쿨생 불합격, 취소해야”
작성일
2024.04.05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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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 전경./뉴스1



종교적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 일정 변경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해 불합격 처리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조치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교인 A씨가 전남대 로스쿨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다.


A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 전형에 합격했고, 면접 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그는 “토요일 일몰 후 면접에 응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은 물론 공공 업무, 시험 응시 등 세속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남대는 A씨 요청을 거부했고, A씨는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 불합격했다.


A씨는 즉각 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고 법원 판단도 엇갈렸다. 1심은 전남대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면접 시간을 조정하지 않은 학교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종교적 양심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대해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못해 면접에 응시하지 않았고 최종 불합격이란 심대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는 학교 측의 (이의신청) 거부행위로 발생한 결과이므로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총장인 피고는 원고가 양심에 따르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학생 선발 절차의 형평성·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이의신청을 거부하면서 A씨의 면접 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불합격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불이익 해소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정도가 재림교 신자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적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A씨 사건에서는 지필 시험과 면접시험의 차이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필 시험은 모든 응시자가 동시에 치러야 하지만 면접은 개별적으로 순서대로 진행되는 만큼 A씨의 면접 시간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면접 시간을 변경하더라도 그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 이익은 A씨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불합격 처분도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chosunbiz.com

기사원문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4/04/04/OCJI3YN3D5GLTB6CK3PFNJWUW4/?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