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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4/06 [법률신문] "권도형 씨, 재판 왜 안왔어요?"… 한국 송환 무효
작성일
2024.04.09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몬테네그로 대법원, 원심파기
한·미 물밑 외교전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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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이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하급심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면서 미국 송환에 무게를 둔 현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에서 ‘주범(권도형) 없는’ 테라·루나 폭락사태 관련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권 대표 송환을 둘러싼 몬테네그로 법원-검찰 간 핑퐁게임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세 나라가 모두 납득할 만한 범죄인 인도 법리가 확립되지 않은 탓에 권 대표 신병 확보를 위한 한미 양국의 물밑 외교전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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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대법원, 한국 송환 무효화

 

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이날 권 대표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돼 권 대표의 거취는 다시 결정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법원은 범죄인 인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범죄인 인도 여부는 현행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 송환국 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테라 사태 관련 한미 사법절차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남부지법은 권 대표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고발 관련 민사 재판을 열었다. 미국 법원은 권 대표의 송환을 기다리며 기일을 연기해 왔지만, 결국 권 씨가 궐석인 채로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비밀리에 대량 매수 계약을 맺으며 테라 가치에 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게 SEC의 판단이다. 권 대표 측은 투자자를 상대로 ‘가상화폐가 위험성이 없다’는 식의 묘사를 한 적이 없다 항변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한국 검찰은 지난달 권 씨 송환이 확실시 된 것으로 보고, 몬테네그로에 수사관을 보내 입국 과정에서의 신병확보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고, 항소법원은 20일 이 판단을 확정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이 항소법원과 고등법원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청하면서, 한국 송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범죄인 인도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범죄인 인도에서 여러 나라가 경합을 벌일 때 ‘피해 규모가 더 큰 곳’ ‘범죄인의 국적’ ‘인도 청구 시점’ 등 무엇을 우선시할지 법리나 판례가 확립된 국가는 거의 없다”며 “현지 대법원에서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환 위한 물밑 외교전 치열”

 

권 대표 송환국 결정 파기에 한미 사법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9년 고(故)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 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때도 이같은 외교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회사자금 322억 원을 횡령한 뒤 21년간 해외도피 생활을 한 정 씨가 에콰도르에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에콰도르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검찰 측에서는 검사 2명이 에콰도르로 가 외교부, 내무부(경찰), 대검찰청, 대법원을 방문했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직접 면담해 송환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다만 비밀리에 송환 작전이 이어진 정 회장과 달리, 권 대표 송환은 대내외적으로 공개된 상황이다. ‘한국행’을 원하는 권 씨가 몬테네그로 현지와 한국 내 변호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은 남았다. 권 씨의 한국 측 변호사는 한국 송환을 위해 현지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美는 ‘강력처벌’ 韓은 ‘수사동력 확보’

 

앞으로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 지는 당사자인 권 대표 뿐만 아니라 각국 사법 절차 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 대표는 미국에서 최근 시작된 민사 소송 외에 상품 사기, 금융 사기, 시세 조작,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데 이들 형량을 합산할 경우 최종 100년형 이상이 선고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인 한국에 비해 여론이나 법조계에서 이번 사태의 불법성을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선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이 더 주목받고 있다. 권 대표 신병이 확보되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된 배후 수사 등이 재개될 수 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당시 일각에서는 테라폼랩스 측이 정치권에 입법 로비 등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 -

기사 원문: https://www.lawtimes.co.kr/news/197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