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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임목사 칼럼> [바이블시론] 믿음은 은총의 마중물
작성일
2020.05.23
작성자
대학교회
게시글 내용

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4683&code=11171370&sid1=col&sid2=1370


[바이블시론] 믿음은 은총의 마중물


오병이어 사건은 사복음서 전부에서 등장하는 매우 중요한 기적 이야기이다.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 기적은 징표의 역할을 한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의 고사처럼 기적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 사람들이 기적 자체에 매료돼 야단법석을 떨지만 기적이 가리키는 대상은 기적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경이로운 존재이다. 성경에서 기적이라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상은 하나님의 본질, 더 구체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은총이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라는 사탄의 시험을 물리쳤었는데 여기서는 왜 기적을 행했을까? 그 질문의 답은 마가복음 6장 34절의 ‘불쌍히 여기사’라는 구절에 있다. ‘불쌍히 여긴다’는 단어는 헬라어 ‘스클래그크니조마이’에서 파생된 것인데, 그 원래의 뜻은 창자가 찢어질 정도의 강도로 사랑과 동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똑같은 기적을 자신의 목적을 쉽게 이루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지만, 불쌍한 무리를 돕기 위해서 사용하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본질을 보게 된다. 기적은 만물을 주재하시는 창조주가 이 땅의 현실에 관심을 두고, 개입하신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나님은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이미 최고의 축복을 받았다. 이 세상에 불의와 비참함이 가득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충분히 축복을 주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욕망의 노예가 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차지하려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오병이어는 그 자체로는 아주 작은 양의 음식이지만 수천명의 무리를 배부르게 먹이는 기적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하나님의 은총은 지하수와 같이 우리 삶의 저변에 늘 충만하게 흐른다. 누군가가 마중물이 돼서 우리를 은총의 지하수에 연결한다면, 모두가 하나님의 은총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마중물을 펌프에 붓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막 한복판에서 마지막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로 부으려면 대단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예수님은 이 기적을 행할 때나, 십자가에 목숨을 내놓을 때나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오병이어와 같은 기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 인류를 괴롭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빈부를 가리지 않지만, 그 피해의 양상은 빈부에 따라 국가별, 지역별,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난다. 또한 복구와 회복의 과정에서 그 전부터 이미 일상이 고난이었던 사회적 약자가 겪게 될 고통은 훨씬 더 클 것이다. 만일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이전보다 양극화가 더 악화된 사회가 된다면 그 자체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인류에게는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인도하심으로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100년 전만 해도 기적으로 여겼던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번 위기 직전까지도 인류는 기아와 역병을 정복했다고 자랑스럽게 선포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인류 8억명이 기아로 고통당하고 있는 것이 세계 식량 부족의 문제가 아니고 나눔의 문제인 것처럼 만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둠의 시대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렇게 욕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은 인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준비를 다 해 놓으셨다. 하나님의 주권과 선함에 대한 확신이 있는 이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손에 쥔 것을 마중물로 내놓는다면 세상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은총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4683&code=11171370&sid1=col&sid2=1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