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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현병(정신분열증) 위험유전자 하나 밝혀지다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08-04


우울증, 자폐, 조현병(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분명히 있지만, 많은 유전자들이 관련되어 있고, 또 유전자 각각은 질병 진행에 영향이 소소하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확실히 집어낼 수가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복합유전요인에 기인한 정신질환 유전자를 특정 코호트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만 있다면, 질환발병 원인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고 더불어 치료법을 강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인의 유전체를 빠르고 저렴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 요즈음 과학자들의 이러한 바램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사람 유전체 30억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평균 수백 염기쌍마다 한 개 정도로 개인 차이를 보입니다. 이를 단일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개개인은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비롯하여 약에 대한 반응 및 체질 등에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특정 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특정 유전자, 더 나아가 특정 SNP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특정 환경을 공유한 집단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전체의 SNP를 분석해보면 그 질환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2007년 한 개인의 유전체 고유의 SNP를 분석하는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정신질환 발병의 위험유전자 후보 군을 통째로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핵심은 분석 샘플 수를 늘려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질환 관련 SNP가 위치한 유전자 목록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성별, 나이, 생활사, 인종 등을 망라한 수만 내지는 수십만 환자의 유전체 SNP를 분석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갖춘 대형 프로젝트로 일이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2009년 세 연구그룹에서 GWAS로 조현병 관련 유전자 목록을 nature에 각기 발표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도무지 조현병과는 관련성을 짐작할 수 없는, 그렇지만 다른 어떤 유전자 위치보다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영역이 있음을 제시한 것입니다. 염색체 6번 MHC 라고 알려진 영역인데, 여기에는 백 개 이상의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으며 대부분은 면역활성화나 방어를 관장합니다. 정신활동과 면역? 참 흥미롭습니다. 문제는 MHC 영역에 있는 이들 유전자들은 연관 불균형(linkage disequilibrium)이라 하여 똘똘 뭉쳐 한 묵음으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00여개의 유전자 각각이 분산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야만 그 중 어느 유전자가 조현병에 관여하느냐를 알아낼 수 있겠지만, 100여개가 그룹 그룹 꾸러미로 전달되면 특정 관련 유전자를 집어낼 방법이 난감합니다. 이후 2014년에는 국제적 컨소시엄을 통한 대형 GWAS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36,989 조현병 환자와 113,075 일반인의 유전체 SNP를 분석하여 관련 유전자 자리 108군데를 찾았는데, 그 중 83군데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두뇌의 발달과 기능에 관계하는 유전자 자리가 많았지만, MHC 포함 면역에 관계하는 유전자 자리도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정신질환과 면역과의 어떤 상관관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조현병 위험유전자를 찾아내려는 과학자들의 집념은 계속되어, 2016년 1월 하바드 의과대학, MIT, 보스턴 어린이병원 연합연구팀은 그토록 찾고 있던 조현병 위험유전자 하나를 찾았다고 nature에 발표합니다(1). 그들은 MHC 영역에 있는 유전자 중 보체계(complement system)의 구성원인 C4를 주목합니다. 보체계는 세균이나 외래 물질에 표지 매김을 시작으로 하여, 그 표지에 여러 단백질이 순차적으로 들러붙어 그 대상을 없애는 일을 담당합니다. 2010년경부터 보체계 단백질은 중추신경계에서도 일정 역할을 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C4는 C4-A, C4-B 두 변형이 있으며, 반수체(haploid)는 C4-A유전자를 0개에서 3개까지 있을 수 있고, 이배체(diploid)인 한 개인에게는 유전자 0개에서 6개까지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C4-A와 C4-B는 각기 L형과 S형 두 개씩 있습니다. 따라서 각기 다른 조합의 C4유전자를 가진 개인이 있게 됩니다. 이중 C4 유전자의 특정 조합을 가진 개인은 조현병에 취약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연합 연구팀은 그들의 가정을 다음과 같이 증명합니다. (i) 죽은 사람의 두뇌조직 샘플을 분석해 보니 C4-A형 유전자가 C4-B 보다 RNA를 더 많이 만들어 낸다. 즉, C4-A 유전자가 세다. (ii) 새로운 SNP 분석틀을 고안하여 기존 조현병 GWAS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C4-A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조현병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 (iii) 일반인 두뇌 조직보다 조현병 환자의 두뇌 조직에 C4 RNA가 더 많이 발현되어 있으며, C4 단백질이 뉴런과 신경연접에 더 많이 집적되어 있다. 그리고 (iv) C4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 두뇌에는 신경망이 더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결과로부터 조현병 환자는 C4-A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뇌에 더 많은 C4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C4 활성은 뉴런 사이의 시냅스를 정상보다 더 많이 끊어버려 제대로 발달된 신경망을 가지지 못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합니다.


조현병은 어떤 문화, 인종, 계층이건 사춘기를 거쳐 독립된 청년기로 들어갈 즈음에 나타나며 100명 중에 0.4-1명 꼴로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ntex)부분에 뉴런과 뉴런 사이에 시냅스가 새로 생기거나 기존의 것이 사라지면서 뇌의 회로가 정교하게 완성됩니다. C4가 과도하게 발현될 경우 신경망을 쳐내는 작업이 심하게 일어나 신경망 구성에 이상이 생깁니다. 결과로 정보처리에 구멍이 생겨 실재하지 않은 소리, 영상, 생각이 제어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어나는 조현병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입니다. 하바드-MIT 팀의 연구결과는 최첨단 초고속 대량 스크리닝 유전학 연구기법을 동원하여 난공불락이었던 복합정신질환의 위험유전자를 확실하게 찾아낸 최초의 성공사례로 간주됩니다.


이번 달 8월에 두 편의 논문이 nature genetics와 nature neuroscience에 나왔습니다. 하나는 75,607 명의 우울증 환자와 일반인 231,747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15개의 유전자 자리를 찾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2). 우울증에 관련된 유전자는 조현병이나 조울증(bipolar disorder)과 공유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Princeton 대학 연구팀에 의한 것으로 스펙트럼 자폐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관련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3).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ASD에 연루된 유전자는 400-1000개가 있을 것으로 간주되는데, 그 중 62개만이 알려진 상태에서 그들의 뇌기능 지도와 연결된 분석 방법에 의하면 수백 개의 ASD관련 유전자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정신질환의 유전적 요인을 찾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유는 정신질환은 심리적 질환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 질환임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어요? 과거 『유전(nature)? 혹은 환경(nurture)?』에서 『nature and nurture』로 옮겨왔으며, 지금은 『nature』부분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열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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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 Sekar et al. Schizophrenia risk from complex variation of complement component 4. Nature (2016) doi:10.1038/nature16549

(2) CL Hyde et al. Identification of 15 genetic loci associated with risk of major depression in individuals of European descent. Nature Genetics (2016) doi:10.1038/ng.3623

(3) A Krishnan et al. Genome-wide prediction and functional characterization of the genetic basis of autism spectrum disorder. Nature Neuroscience (2016) doi:10.1038/nn.4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