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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근 왜 자폐증이 증가하는가?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08-2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자료에 의하면 자폐(autism)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2002년 150명 중 1명에서 2012년 68명 중 1명으로 증가하여 현재 유병률은 1.5% 정도입니다. 1975년 5000명 중 1명임을 감안 할 때 어찌 그리 급격히 증가하는가에 대해 과학자들은 여러 각도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조현병의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유병률이 0.4-1%로 변하지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급격한 유병률 증가의 60%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폐증을 정의하는 범위가 넓어졌고, 그에 따른 일반인의 관심과 의사의 확정 진단 건수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 하지만 나머지 40% 부분은 과학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자폐증은 1000여개의 유전자가 관여하는 복합유전질환(complex genetic disease)으로 유전성(heritability)이 80% 정도입니다. 많은 위험유전자들은 정상범위 내에서 소소하게 변한 단일염기변형(SNV, small nucleotide variant)이나 유전자복제수변형(CNV, copy number variant)입니다. 우리는 부모에게서 받은 2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유전자 복제나 재조합 과정에서 중복이 일어나면 3개 또는 4개로 될 수 있습니다. 결손이 생기면 1개만 남습니다. 이를 CNV라 하며, 자폐증이나 조현병 위험유전자들 중에는 CNV카테고리에 드는 것이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유전자라도 결손은 자폐증 그의 중복은 조현병(또 다른 유전자에서는 중복이 자폐, 결손이 조현병)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유전자라도 그의 활성이 정상보다 약하거나 강하면 자폐증이나 조현병으로 서로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지난 18번 글 ‘유전체각인과 정신건강’에서 다룬 내용,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2개 중 하나만 쓰여야 하는 각인유전자들 중에서 아빠 측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유전자 2개가 모두 다 쓰일 경우 자폐증으로, 엄마 측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유전자가 2개 다 쓰일 경우 조현병으로 나타난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조현병 발병 위험유전자 C4-A도 중복 CNV 카테고리에 들어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번 조현병의 진화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자폐증도 인간화 두뇌혁명 과정에서 양성선택된 유전자들의 활성 때문에 피치 못하게 인류가 치루어야 할 대가로 봅니다. 문제는 조현병과는 다르게 자폐증의 경우에는 유병률이 아주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폐 발병에 관계하는 새로운 SNV나 CNV가 우리 유전자 풀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가정합니다. 즉, 나이 든 아빠의 정자에서 나타나는 산발적 de novo 돌연변이가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하지만, 그리 높은 유병률 증가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설명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두뇌성능은 다른 어떤 신체의 구조나 생리보다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진화하였습니다. 진화의 속도를 빠르게 한 어떤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1월에 PNAS에 발표된 연구결과 하나를 소개합니다(2). Georgia 주립대학 연구팀은 유전적인 유사성이 뇌의 크기와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았습니다. 218 사람의 뇌와 206 침팬지 뇌의 구조를 비교·분석한 결과, 뇌의 크기는 사람이나 침팬지 모두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나 뇌의 구성에 관한 한, 침팬지에서는 유전자에 의해, 사람에서는 환경과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뇌 조직의 설계에 있어서 침팬지는 유전자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사람의 경우는 유전자의 구속에서 벗어나 개인의 고유한 환경과 경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언어능력, 집중력, 그리고 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영역이 환경 요인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 구조를 갖춥니다. 이를 두뇌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 하며, 이 때문에 우리가 높은 수준의 지능과 복잡한 행동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우리는 환경에 의해 쉽게 길들여지는 뇌를 가지게 되었는가?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진화과정에서 뇌의 용량이 커지는 유전적 변이를 겪을 때마다 점차 덜 성숙한 뇌를 가진 아기를 낳을 수 밖에 없었다. 뇌의 성숙은 태어난 이후로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뇌의 가소성이 진화하게 되었고, 가소성의 진화가 인간의 행동과 인지부분에서 혁신적인 발달을 가져다 주었다.’


환경 변수를 수용하는 두뇌가소성은 가용 유전자의 쓰임새를 조절하거나 새로운 조합으로 구현되어 (i)언어능력 (ii)자의식 (iii)목적지향성 등 정신력 (iv)사회성, 공감, 감정이입 (v)시각, 공간 감지 능력 (vi)추론 등의 지능을 나타나게 합니다. 18번 글 ‘유전체각인과 정신건강’에서 소개한 Crespi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자폐는 (i)~(iv)의 부족과 (v) (vi)의 과잉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으며, 조현병 포함 조울증이나 우울증 등은 역으로 (i)~(iv)의 과잉과 (v) (vi)의 부족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영유아기 두뇌회로망이 형성되는 발달과정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굳이 자폐를 질환으로 간주하지 않고 요즘의 경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IT 전문가를 포함 과학자나 예술가에게서 볼 수 있는 4차원 괴짜들은 (v) (vi)의 쏠림을 가진 자폐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폐 특징들이 생존·생식에서 유리한 측면을 준다고 볼 수 있고, 더불어 태아기 및 영유아기 때의 과거와 달라진 환경(환경독소, 영양, 장내세균 등)이 그러한 특성을 향한 가소성을 촉진시킬 수도 있습니다. 최근 30년간 자폐질환의 급격한 증가를 굳이 미스터리라 할 수 없고, 인간 두뇌진화의 진행형이며 현재 우리는 그 과정을 목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자폐화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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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N Hansen et al., Explaining the increase in the prevalence of autism spectrum disorders: the proportion attributable to changes in reporting practices. (2015) JAMA Pediatr. 169: 56-62.

(2) Gómez-Robles et al., Relaxed genetic control of cortical organization in human brains compared with chimpanzees. (2015) Proc Natl Acad Sci U S A.112:14799-14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