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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9: 성의 진화(3)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7-06-09 


유성생식의 첫 단계, 두 세포가 합쳐질 때 이질적인 마이토콘드리아가 섞이면서 서로 증식경쟁을 하게 되고 핵 유전체와도 갈등이 있게 됩니다. 이러한 갈등은 마이토콘드리아를 전달하는 성과 그러지 않은 성으로 구별하는, 즉 마이토콘드리아의 단일부모계 전달(uniparental inheritance)이 진화하면서 해결됩니다. 실제로 모든 좌우대칭형 동물은 암수 두 성이 있으며 모계를 따라 마이토콘드리아를 전달하기에, 많은 진화학자들은 그러한 단일부모계 전달이 두 개의 성을 진화시켰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몇몇 단세포 원생동물은 양쪽 성에서 마이토콘드리아가 전달되는데 서로 다투지 않습니다. 녹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는 마이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부계와 모계로 각기 따로 전달합니다. 그의 친척벌인 볼복스(Volvox)는 마이토콘드리아와 엽록체 모두를 모계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예로 볼 때, 내부공생체의 단일부모계 전달은 두 성이 이미 진화한 이후에 나타난 것임을 말해줍니다. 왜 생명은 암수 두 개의 성을 가지게 되었는가? 지금까지 의견만 분분하지 그럴듯한 지배 가설이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세포 진핵생명이 두 개의 성을 진화시킨 이후, 지렁이부터 사람에 이르는 좌우대칭 복잡다세포(complex multicellular) 동물이 가진 진정한 성(true sex)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다루겠습니다.


1893년 바이스만(Weismann)은 정자와 난자를 생산하는 생식세포계열(germline)을 체세포계열(soma)과 격리 보호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복잡 다세포 동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즉, 생식 전담세포를 따로 떼어 보호할 수 있었기에 체세포는 먹이를 찾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등의 노동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생식세포는 배아발달 초기에 대사활성이 제한된 환경에 격리시켜 핵 유전체와 마이토콘드리아 유전체에 복제실수로 생기는 돌연변이를 최소화합니다. 이 세포를 원시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라 합니다. 이후 과정을 난자의 마이토콘드리아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면, 원시생식세포는 격리 환경에서 조심스런 분열을 거듭하여 1-2백만 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난모세포(primary oocyte)는 태아 생식기관에 성장이 정지된 상태로 있으며, 출생 후에도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사춘기 호르몬 자극을 받으면 특정 난모세포가 선택되어 난자로 성숙합니다. 성숙과정에서 난모세포에 있는 마이토콘드리아는 수백 개에서 백만 개 정도로 늘어납니다. 당연히 복제과정에 실수로 생긴 돌연변이 DNA를 가진 마이토콘드리아가 있게 됩니다. 수정란으로 전달된 백만 개의 마이토콘드리아는 수정란 분할과 증식에 따라 각 세포로 100개 정도씩 분산 배분됩니다. 이러한 초기 배아 체세포 일부는 차세대 생식을 위해 격리됩니다. 정상과 돌연변이가 섞여 있는 100만 개 마이토콘드리아가 100개씩으로 배분될 때, 그 100개 모두가 정상이면 다음 세대로 온전한 마이토콘드리아 전달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난자로부터 차세대 원시생식세포로의 마이토콘드리아 전달에는 병목효과(genetic bottlenecking effect)에 의한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이 있게 되며, 난모세포로 증식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 마이토콘드리아가 섞여 있는 세포는 제거되는 정화선택(purifying selection) 과정도 거치며 좋은 질의 마이토콘드리아를 유지하고 전달합니다.

배아의 소모성 체세포는 어떨까요? 난자가100만여개나 되는 많은 수의 마이토콘드리아를 공급한다는 사실은 건강한 태아의 발달은 물론 개인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몸에는 30-40조의 체세포가 있으며 각 세포에는 200-1000개의 마이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배아 초기 100개 정도로 배분된 마이토콘드리아가 증식 분열을 거듭하면서 성체의 모든 체세포에 퍼진 것입니다. 초기 얼마만큼 돌연변이 마이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었느냐 또 복제실수로 생기는 돌연변이가 얼마만큼이냐에 따라 세포나 조직 및 기관의 성능이 결정됩니다. 나쁜 마이토콘드리아로 인한 장기 고장은 개체의 죽음으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초기 수정란에 공급되는 마이토콘드리아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체세포 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세포에 배분되는 마이토콘드리아가 많을 것입니다. 이중 정상 비율이 더 높으면 건강한 삶이 가능합니다. 난자가 크면 클수록 마이토콘드리아를 많이 담을 수 있기에 진화는 큰 난자를 선호합니다.


좀더 단순한 다세포 생명으로 눈을 돌려 봅시다. 많은 동물(해면동물, 산호, 지렁이 등)은 생식세포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분화조직에 드문 드문 존재하는 줄기세포(stem cell)에서 생식세포를 만듭니다(somatic gametogenesis). 식물도 마찬가집니다. 해면동물은 여러 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 형태로, 그 덩어리 내에는 독립된 역할을 수행하는 몇몇 종류의 분화된 세포조직이 있을 뿐입니다. 생명역사에 나타나는 최초의 동물도 그러했을 것 보기에, 해면동물로부터 좌우대칭형 동물의 생식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최초 동물은 암수 두 성세포의 크기나 형태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동형배우자생식(isogamy)을 하였을 것입니다. 이 동물은 식물과 같은 상태로 지내기에 마이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자나 난자 모두가 마이토콘드리아를 동등하게 접합자(zygote)에 제공합니다. 접합자는 체세포 분열을 거듭하여 성체로 분화될 때 혼합 마이토콘드리아도 증식하면서 각 체세포로 분산됩니다. 각 세포마다 정상 마이토콘드리아와 돌연변이 마이토콘드리아가 혼재할 것이며, 그의 비율은 세포마다 다릅니다. 정상 마이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에서 생식세포가 만들어지고, 또 수정에 성공하면 종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즉, 생식세포는 정화선택 과정을 따르기에 종의 존속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혼합 마이토콘드리아를 가진 체세포는 문제가 됩니다. 체세포에 돌연변이 마이토콘드리아 비율이 특정 한계치를 넘으면 성체를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최초 동물이 존속하려면 마이토콘드리아 유전체 돌연변이율이 매우 낮아야 합니다. 마이토콘드리아 증식의 필요성을 줄여 복제실수를 방지하고, 또 마이토콘드리아 활성도 줄여 활성산소에 의한 유전체 손상도 막아야 합니다. 이러한 제한이 해면동물을 복잡한 조직을 가지지 않은 단순한 정주형 동물로 남아있게 했습니다. 해면동물과 같은 최초의 동물은 운동성을 가진 육식동물이 진화되기 전까지 번성하였을 것입니다.


마이토콘드리아가 많이 필요하고 또 활성을 높게 유지해야 하는 운동성 동물에서는 마이토콘드리아 수를 늘려야 하며 또 유전체의 질을 좋게 유지하고 전달하는 특별한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동물은 첫째, 생식세포를 일찍 그리고 높은 대사활성이 요구되지 않은 장소에 격리시킴으로 마이토콘드리아 유전체의 돌연변이를 최소화합니다. 둘째, 마아토콘드라아를 단일부모계통으로 전달시킴으로 혼합과정에서 더럽혀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셋째, 난자의 크기를 키워 마이토콘드리아 초기 공급을 늘립니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나 모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형배우자생식(anisogamy)이 진화합니다. 좌우대칭형 복잡다세포 동물에서 보이는 진정한 성은 이러한 세가지 요구가 충족되면서 진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