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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11: 동물의 등장, 에디아카라 생물군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7-07-18


진핵세포가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구가 광합성 세균에 의해 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구 산소화는 24억년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20억년전까지 대기 산소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현 대기수준(PAL, present atmospheric level)의 15-40% 정도였습니다. 이후 대기 산소 농도는 떨어지기 시작하여 18억년전에서 8억년전까지 PAL 0.1% 미만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10억년 동안에 지구는 대형 화산폭발이나 빙하기와 같은 특별한 사건 없이 안정기를 맞이합니다(boring billion). 생명 역시 크기와 복잡성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합성 조류나 단세포 원생생물(protist)이 생태적인 이유에서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8억년전 이후부터 생명은 복잡성을 갖추기 시작하여 정주형 단순동물이 나타나고 이어서 운동성 좌우대칭 복잡동물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복잡동물은 무척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캄브리아기(5.4억-4.8억년전)에 이르러 절정을 이룹니다(Cambrian explosion). 그 현란한 진화의 스냅샷이 버제스 이판암(Burgess Shale) 화석으로 남아있습니다. 무엇이 생명을 지루한 10억년간의 잠에서 깨어나게 했는가? 산소가 다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8억년전 이래 두 번째 산소화 과정을 밟습니다.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지구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그들의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 8.2억년전부터 로디니아(Rodinia)라 불리는 한 덩어리의 초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해안선이 확장되어 생명의 서식지가 늘어난다. 늘어나는 서식지에 광합성 남세균이나 조류가 자리잡는다. 동시에 기존 서식지는 바다 밑에 묻힌다. 대량 유기물이 매몰되고, 그 유기탄소는 산소 호흡과정으로 산화되지 않는다. 광합성량 증가로 산소 공급은 늘고 호흡량 감소로 산소 소비는 줄어드니 대양과 대기에 산소가 쌓일 수 밖에 없다. (ii) 대륙과 대륙 사이에 바다가 만들어지고, 바다에서 증발되는 물이 많아져 대륙에 비가 많이 내린다. 대기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산성비는 대륙 암석에 있던 규소나 칼슘 등을 녹이고, 이들은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 이산화탄소와 반응하여 석회석이 된다. 온실가스로 작용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와 대양에서 줄어드니 지구는 빙하기에 들어선다. 사실 7.2억년전부터 6.3억년전 사이 지구는 두 번의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상태를 경험한다. 빙하기로 들어설 때마다 산소의 증가가 있게 되고, 전성기에는 생명활동이 심하게 제한을 받아 산소 생산은 줄어들지만 소비 역시 줄어든다. (iii) 빙하기에서 빠져 나올 때, 무거운 얼음덩어리에 눌려있던 지반이 솟아 오르고 그에 따라 화산활동이 증가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유입되어 기온이 오르고 해빙이 가속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면 광합성이 증가되고 다시 산소 생산량이 많아진다. 한편,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밀려 가면서 암석을 깎아 다양한 미네랄과 양분이 바다로 유입된다. 생명은 방산(radiation)의 기회를 맞는다. (iv) 벌어져 있던 남반구 대륙들(현재의 남아메리카, 남극,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 및 호주)이 6.5억년전에서 5.2억년전 사이 다시 붙어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가 형성된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대륙과 대륙간의 충돌로 그간 지구가 경험하지 못했던 풍화작용이 있게 된다. 대양으로 규소, 칼슘 등 다양한 미네랄과 인산, 질산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광합성 생물이 번성하고, 이에 힘입은 산소의 급격한 증가가 캄브리아기 생명폭발 바로 전에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두 번째 지구 산소화는 물리적 작용과 생물학적 작용이 함께 하면서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몇몇 지구과학자들은 과거 눈덩이 지구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생물상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여깁니다. 눈덩이 지구는 산소에 의해 촉발되기에 산소가 다세포 복잡생명 진화의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인과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부족한 상태입니다. 지구 곳곳 암석에 새겨진 금속의 산화 상태를 분석한 최신 연구결과는 실제로 과거 지루한 10억년 동안 산소는 PAL 0.1% 미만밖에 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1). 그 이후 산소는 200-300만년 사이를 두고 일시적으로 여러 번 증가합니다. 이 기간 동안 산소 농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갔는지는 잘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현재 바다 밑바닥 생태계를 분석함으로써 추정합니다(2). 즉, 산소농도 0.5% 미만인 곳에서 동물은 희귀하며 바닥에 깔린 세균을 먹고 삽니다. 0.5-3% 정도에서는 동물의 종류는 좀 많아지지만 역시 미생물만 먹고 삽니다. 3-10%에 이르러야 포식동물이 나타나며 동물들 사이에 먹이사슬이 형성됩니다(이 값들은 과거 암석에서 추정하는 현 대기수준 PAL % 값과 구별해야 함). 이러한 결과로부터 과학자들은 8억년전 즈음 산소는 PAL 2-3%에 이르렀고, 근처에 붙어있는 세균을 먹는 작은 동물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6.3억년전 이후 눈덩이 지구가 풀리면서 현저하게 커진 에디아카라 생물군(Ediacara biota, 6.3-5.4억년전)이 나타납니다. 이들의 화석이 호주, 캐나다,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30여곳에서 발견됩니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생물 종은 카니아(Charnia)라 하여 나뭇잎 모양의 프랙탈 구조의 동물입니다. 또 디킨소니아(Dickinsonia)라 하여 좌우대칭성을 띠기 시작하는 타원형의 납작한 동물도 번성했습니다. 이들은 깊은 바다 밑에 자리잡고 바닷물 흐름에 실려오는 양분을 여과 흡수하기에 알맞은 구조를 가집니다. 에디아카란 후기에는 좌우대칭성을 갖춘 벌레 같은 것들이 발견됩니다. 스프릭기나(Spriggina)가 한 예입니다. 이들은 얕은 바다에 바닥을 기어 다니며 세균 메트를 갉아 먹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리고 캄브리아기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는 동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무언가를 추적했던 흔적과 무엇엔가 쫓겨 바닥을 파고 들어간 흔적이 나타납니다(trace fossil). 또 물기둥을 타고 해저 바닥을 떠나 부유하며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동물도 발견됩니다. 캄브리아기에 들어서면서 생명은 해저 바닥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 세계로 생태계를 갖춥니다. 이 시기는 곤드와나 초대륙 생성과 맞물려 산소는 PAL 10%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에디아카란기 동물의 진화에서 산소의 증가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산소가 많아진 조건에서 생식세포 격리와 같은 발생학적 혁신이 있었기에 운동성 복잡동물이 진화합니다. 이러한 혁신에는 유전적인 혁신이 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동물 발생과 관련된 유전적 혁신은 지구 환경 변화에 따른 유전적인 병목과 방산을 거듭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진화는 불안정에서 시작합니다. 10억년간의 안정기에는 진화는 정체되어 있었지만, 지각판의 요동이 있으면서 정체에서 풀립니다. 그 이후 반복되는 환경과 생물 사이의 양성 되먹임 작용의 결과로 캄브리아기 현란한 생물상이 나타납니다. 생명은 환경의 담금질이 없으면 굳이 유전적 변이를 해야 할 압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8억년 즈음부터 시작한 환경 스트레스를 극복한 동물들은 더욱 동물다워집니다. 운동성을 갖추면서 동물 종 사이에 더 피곤한 스트레스를 만들어 냅니다. 포식자-피식자간의 스트레스는 그 이전 생명이 경험하기 못했던 또 다른 형태의 환경 스트레스입니다. 동물들은 더 빨리 진화해야 합니다. 바닥으로 파고 들어야 했고 방어용 껍데기를 써야 했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살아가기 힘듭니다. 동물들 스스로가 만든 굴레인데 어찌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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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lanavsky, N. J. et al. Low mid-proterozoic atmospheric oxygen levels and the delayed rise of animals. Science 346: 635-638 (2014)

(2) Sperling, E. A. et al. Oxygen, ecology, and the Cambrian radiation of animals. Proc. Natl. Acad. Sci. USA 110: 13446-1345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