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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이보솜, 왜 RNA 효소인가?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7-08-02


유전자 암호를 아미노산으로 해독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라이보솜은 진핵 혹은 원핵 생명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2-4개의 RNA 분자(rRNA, 라이보솜 RNA)와 55-80개의 단백질(RP, 라이보솜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균에서 라이보솜은 두 개의 소단위체인 50S 와 30S로, 진핵생물에서는 60S와 40S로 나뉘며, 이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구조체를 이룹니다. 양으로 따지면 세균의 라이보솜의 경우 70%가 RNA이고 30%가 단백질입니다. 라이보솜은 그 구성 때문에 생명활동의 어떤 필수장치 보다 제조과정이 복잡하며 에너지 소모도 많습니다. 소위 세포가 만들어 내는 기계치고는 원가가 비싸게 듭니다.


진핵세포에서 라이보솜은 RNA 중합효소 I과 III가 rRNA를 전사하고, 전사되는 과정에서 이들을 가공하고 RP와의 조립을 도와 주는 단백질 200여개가 일사 분란하게 작용하여 만들어 집니다. 우선 염색체 곳곳에 분산되어 몰려있는 수백 개의 rRNA 유전자 각각은 한 단위씩 전사되어 35S 긴 RNA 사슬이 만들고, 이들이 가공되면서 세 조각(28S, 18S, 5.8S)으로 잘립니다. 그 중 5070개 뉴클리오타이드(nt)의 28S rRNA는 60S 소단위체를, 1869 nt 길이의 18S rRNA는 40S 소단위체를 구성하는 뼈대로 작용합니다. 이들은 완성형으로 되기 전까지 핵 내부의 특별한 구획 인(nucleolus)에서 pre-40S 및 pre-60S 상태로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0여개의 단백질이 28S 및 18S RNA가 제 모양을 갖추도록 그리고 RP들이 제대로 제 위치에 결합하도록 도와줍니다. 한편, 80개의 RP들은 각각의 유전자에서 RNA 중합효소 II에 의해 전사되고 번역되어 세포질에 있게 됩니다. 이들 대부분은 핵으로 들어가 28S 혹은 18S rRNA에 결합하여 pre-40S 및 pre-60S를 구성합니다. 이들 pre-40S와 pre-60S는 핵에서 빠져 나와 세포질에서 몇 개의 RP가 추가되고, 조립을 도왔던 단백질이 떨어져 비로소 기능적인 40S 및 60S 소단위체로 됩니다. 전체 과정은 아주 정확하게 순서를 지켜가며 진행됩니다. 매 단계 진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구성품은 해체되고 자원은 재활용됩니다.


28S나 18S RNA에 결합하는 80여개 RP의 종류나 수는 정확하게 화학적량(stoichiometric)으로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RP는 전체적인 수요에 대한 관리없이 독립적으로 각각의 유전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떤 RP는 모자라고 어떤 RP는 남아돕니다. 40S 혹은 60S 소단위체에 편입하지 못하는 RP는 핵 내부의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에 의해 분해됩니다. 분해되어 원재료는 재활용된다 하더라도 이건 에너지 낭비입니다. 예를 들면 200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RP를 만들 때, 펩타이드 결합 하나를 이루는데 ATP 4분자가 쓰이면 약 800개의 ATP가 필요합니다. 이 RP가 UPS로 분해될 때 대략 300-400 ATP가 소모됩니다(1, 2). 제대로 기능을 하는 라이보솜을 만드는데 세포는 많은 자원을 동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는 불가피한 것처럼 보이는데, 과연 피할 방법 적어도 줄일 방법은 없는 건가요?


값비싼 기계 라이보솜을 만들어 놓고 놀게 내버려 두는 것 역시 낭비입니다. 경제적인 개념을 가진 세포라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라이보솜을 생산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라이보솜 생산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포함 많은 세포 형태 별 활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조절됩니다. 주변 아미노산 등 에너지 상태를 세포에 알려주는 mTOR 신호전달계의 일차적 목표는 라이보솜 합성과 그의 구성에 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단 단백질 합성 요구 신호등이 켜지면 라이보솜이 활성화 되어 기능을 하기 시작합니다. 단백질 합성에는 ATP가 무척 많이 쓰입니다. 한 계산에 의하면 세포의 전체 에너지 75%는 단백질 합성에 쓴다고 합니다. 유전체 합성에는 단지 2% 정도만 씁니다. 이렇게 보면 세포는 라이보솜을 제조하는 데에, 그리고 운용하는 데에 매우 많은 비용을 들입니다. 세포는 지금이 라이보솜을 생산해야 하는 시기냐 아니냐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라이보솜을 일단 만들기로 결정하면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자원의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소개합니다. 라이보솜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계입니다(autocatalytic production). 하바드 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의 Johan Paulsson 박사팀은 라이보솜은 효율적으로 낭비없이 자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진화적으로 아주 잘 고안된 장치라고 이번 7월호 nature에 발표합니다(3, 4). Paulsson 박사는 라이보솜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금까지의 미세한 분자적 수준에서 넓혀 전체 구조가 자가생산 기능에 맞게 되어 있는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왜 RP는 55-80개로 대체로 조그맣고 크기가 비슷한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구성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논리를 다음과 같이 전개합니다. (i) 세포가 둘로 분열할 때 라이보솜도 두 배로 늘어나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다. 라이보솜도 스스로가 자신을 만들기에 자기증식을 한다고 생각하면, 라이보솜 배가속도(doubling time)는 세포의 배가속도를 결정한다. (ii) 세포 내 라이보솜 수를 세포분열 할 때에 필요한 수보다 일찍 늘리면, 그 벌어 논 시간에 라이보솜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 이외에 세포활성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빠른 라이보솜의 배가속도를 선호했을 것이다. (iii) 라이보솜이 자기 자신을 빨리 만들려면, RP 단백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만약 RP가 하나의 긴 폴리펩타이드 사슬로 되어 있다면, 원핵세포 기준으로, 라이보솜은 대충 7000개(~55 RP x 130 아미노산, 한 개의 RP는 평균 130개 아미노산으로 구성) 정도의 아마노산을 연결해야 한다. 한편, RP를 55개 폴리펩타이드로 나누면 라이보솜은 130개 연결시키는 과정을 55번 반복하면 된다. 이때, 라이보솜은 자가증식하기 때문에 하나가 둘로 되고 둘이 넷을 만들 수 있고, 이들이 늘어나면서 55개 RP 생산을 분담하면 라이보솜을 보다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RP가 비슷한 크기이면 비슷한 시간 내에 동시적으로 RP 세트가 만들어져 라이보솜을 구성을 보다 빨리 할 수 있다. 이런 RP 생산 동기화는 라이보솜 생산효율을 높이고, 특정 RP의 과잉 생산을 막을 수 있다. (iv) 그렇다고 RP를 무한정 잘게 나눌 수는 없다. 나눈 만큼 단백질 합성을 개시하는 복합체를 많이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RP 분활 생산에는 최적치가 있을 것이다. Paulsson 박사는 수학적 모델링을 통하여, 라이보솜 자가생산 속도와 효율을 최대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은 RP를 50개 정도로 나누고 그 크기를 같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기존 단백질 데이터를 분석하여 원핵생명과 진핵생명에서 관찰되는 모든 단백질 크기대비 RP의 크기는 1/3 정도이며 대체로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Paulsson 박사는 rRNA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며, 또 28S 및 18S rRNA와 같이 긴 상태로 있는 존재하는 이유를 역시 모델링을 통하여 답을 찾습니다. 그는 rRNA를 단백질로 대치하면 자가생산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됨을 보여줍니다. 또한 긴 rRNA는 동기화로 생산되는 RP를 일목에 받아들이는 골격으로 작용하여 라이보솜 자가생산 속도를 높인다고 주장합니다. 즉, 라이보솜은 긴 rRNA를 가지도록 선택압력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선택압력이 라이보솜을 원시상태인 RNA 효소로 남아있게 했다고 봅니다. 라이보자임(ribozyme)은 단백질 효소보다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더라도 라이보솜이 라이보자임 상태를 40억년이나 고수한 이유는 자가생산 속도를 높이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Paulsson 박사는 그의 가설을 바탕으로, 아주 빠르게 자라는 생명에서 라이보솜은 자가생산 속도 부담이 크기에 rRNA 함량을 높게 그리고 작은 RP를 가질 것이고, 그 부담에서 자유로운 생명의 라이보솜은 rRNA 함량을 줄이고 그 부분을 단백질로 대치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예측대로, 세균은 가장 빠른 라이보솜을 가지고 있으며, RP는 55개 평균 130개 아미노산 정도로 짧고 rRNA 양은 70%입니다. 진핵세포의 RP는 80개 평균 165개 아미노산을 가지며, rRNA 함량은 55%입니다. 한편, 세균에 기원을 두고 있는 마이토콘드리아의 라이보솜은 대부분의 RP를 숙주로부터 수입해 쓰기에 자가생산 부담이 없습니다. 그들의 RP는 80개로 세균 55개 보다 훨씬 많으며, RP 크기도 평균적으로 커져 있습니다. 반면 rRNA 크기는 세균의 반 정도이고, 양적으로는 20%만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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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ah Lam Y, et al. Analysis of Nucleolar Protein Dynamics Reveals the Nuclear Degradation of Ribosomal Proteins. Curr Biol. 17: 749–760 (2007)

(2) Granneman S, Tollervey D. Building ribosomes: even more expensive than expected? Curr Biol. 17: R415-7 (2007)

(3) Reuveni S, et al. Ribosomes are optimized for autocatalytic production. Nature 547: 293–297 (2017)

(4) Optimization for Self-production May Explain Mysterious Features of the Ribosome Published: July 24, 2017. Released by Harvard Medical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