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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23: 페름기 말 대멸종(2)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2-25


페름기 말 광범위로 진행된 석탄연소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대기로 유출시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한 온실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지구에 있는 메탄 99%는 메탄생성균(methanogen)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들은 전부 혐기성 고균(archaea)으로, 수소가스를 쓰면서 이산화탄소에서 메탄을 만드는 그룹(hydrogentrophic methanogen)과 초산생성 세균(acetogen)이 분비한 초산에서 메탄을 만드는 그룹(acetoclastic methanogen)이 있습니다. 생명나무의 두 영역 가설에 의하면 메탄생성 고균은 그 흔한 이산화탄소의 C를 유용 유기물의 C로 고정하는 생명줄기의 밑바탕을, 초산생성 세균은 에너지 대사의 기본 생화학 과정 터득한 또 다른 줄기의 밑바탕을 구성하는 생명입니다(까페 글 26 및 27 참조). 아무튼, 생명출현 38억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메탄은 많은 양이 고체 수화물(methane hydrate) 상태로 극지방 동토(permafrost)나 해저 선반층(marine shelf sediment)에 갇혀 있습니다. 고체상태로 매장된 이산화탄소와는 다르게, 메탄 수화물은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로 쉽게 유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페름기 대멸종은 갇혀 있던 메탄이 지구의 자정 범위를 넘을 정도로 빠르게 대량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2016년 캐나다, 이태리, 독일 및 미국 지구과학 연구팀은 여러 페름기 지층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멸종 전후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대기농도를 정량화하여 Paleoworld에 발표합니다(1). ‘시베리아 화산폭발로 유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평균기온을 8-11°C로 올렸고, 그 정도의 증가는 생명에 그리 치명적이지 않았으나 동토나 해저에 갇혀있던 메탄 수화물을 기화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로 인한 메탄 대기농도 급격한 증가는 불과 수 만년 사이에 지구 평균온도를 29-34°C 정도까지나 상승시켰다.’ 참고로 현재의 평균온도는 17°C입니다. 연구자들은 논문초록에 ‘화산폭발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는 파괴적이었지만(catastrophic), 이어진 메탄 수화물 유출은 생명을 지옥으로 몰아갔다(apocalyptic)’고 썼습니다. 물론 이러한 자극적인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학자들도 있지만, 메탄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에는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질학, 화석학, 고생물학 등 과거를 들여다 보는 과학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확대해석을 경계합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기존 매장된 메탄의 대기 유출은 전체 탄소순환의 한 부분인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빨리 나왔기에 지구의 되먹임 조절작용을 무력화할 수 있었는가?


전체 탄소순환에서 신규로 만들어지는 메탄이 직접 대기로 유입되면 그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합니다. 초산을 분해하여 메탄을 생성하는 고균은 산성을 견딜만한 정도의 낮은 초산 농도에서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메탄을 만듭니다. 2008년 코네티컷 대학의 Greg Fournier 박사는 새로운 초산분해 메탄생성균 Methanosarcina을 발견합니다. 그 고균은 높은 초산 농도에서,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또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러한 대사적 혁신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세균인 Clostridia로부터 두 개의 핵심유전자를 수입하였기에 가능했음을 알아냅니다(1). 이후 Fournier 박사는 MIT로 옮긴 후 지구과학자 그룹과 함께 신규 메탄생성균이 페름기 멸종의 “티핑포인트”를 넘게 한 범인일 가능성을 타진합니다. 우선 MIT 연구팀은 관련 미생물의 진화계통도를 분석하여 메탄생성 효율을 높이는 유전적 혁신이 페름기 말에 일어났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페름기 말 메탄 증가속도가 멸종 진행속도와 비슷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면서, 메탄생성균의 번성이 멸종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폅니다. 당연히 당시의 생태환경을 같이 고려해가며 그러한 인과성을 확신하려고 했죠. 페름기 말 얕은 바다에는 부영양화로 인해 죽은 시체를 발효하는 혐기성 세균이 득세하여 발효산물 초산이 누적되는 상황이 조성됩니다. 이러한 생태계는 때맞춰 등장한 신규 메탄생성균이 번성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습니다. 즉, 초산에서 메탄을 만드는 핵심 반응에는 금속 니켈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니켈은 시베리아 화산암 지대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따라서 페름기 말 화산폭발과 대륙 풍화작용으로 과량의 니켈이 바다로 유입되어 신종 메탄생성균의 선택적인 번성을 견인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MIT 과학자들은 난징 중국과학원 연구자들과 협력 연구를 통해 페름기 말에 바다 부영양화와 산성화 흔적이 남아있는 중국 메이샨(Meishan) 지역을 탐사합니다. 그리고 메탄생성 고균의 왕성한 증식이 이루어지기 바로 전에 니켈이 급격히 증가했었음을 보여줍니다(3). 예기치 않았던 생명이 탄소순환 조절을 무너뜨려 지구는 걷잡을 수 없는 온난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는 지난 20년간의 연구결과들은 페름기 말 지구와 현재의 지구에서 진행되는 과정에 일정 유사한 부분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석탄기 이후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는 생명역사를 통틀어 속도나 규모 면에서 전대미문입니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 인간활동의 결과는 이산화탄소 증가 면에 있어서 페름기 말 화산폭발의 결과를 능가합니다. 이와 함께 지난 수년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 지표면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 분출량이 늘고 있다는 보고도 접합니다. 현재 대기로 유입되는 메탄의 양을 분석한 통계에 의하면, 습지대에서 21%, 목축으로 20%, 흰개미 활동으로 15%, 벼농사 논에서 12%, 그밖에 천연가스나 석탄 포함 유기물 연소로부터 30%가 나온다고 합니다. 신규로 방출되는 메탄의 대부분은 인간활동의 결과입니다. 놀랄만한 통계 자료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 육지 척추동물의 생물량(biomass)을 따져보면, 가축이 65%, 인간은 32%를 차지합니다. 야생동물은 겨우 3% 정도입니다. 인간활동이 생물다양성을 엄청나게 줄인 것이죠. 최근 분석에 의하면, 작금의 생명 종들이 사라지는 속도는 배경 수준에서 일어나는 속도의 1000 배에 이른다고 합니다(4). 현재 지구는 6번째 생명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페름기 말에는 화산폭발이 멸종의 방아쇠를 당겼고 생화학 대사 혁신을 이룬 메탄생성균이 티핑포인트를 건드렸다면, 6-7만년전 두뇌의 혁신을 이룬 인간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멸종의 방아쇠를 당긴 그리고 티핑포인트를 건드린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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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 Brand, et al. Methane Hydrate: Killer cause of Earth's greatest mass extinction. Palaeoworld 25: 496-507 (2016)

(2) G.P. Fournier and J.P. Gogarten. Evolution of acetoclastic methanogenesis in Methanosarcina via horizontal gene transfer from cellulolytic Clostridia. J Bacteriol. 190:1124-1127 (2008)

(3) D.H. Rothman, et al. Methanogenic burst in the end-Permian carbon cycle. Proc. Natl. Acad. Sci. USA 111: 5462–5467 (2014)

(4) S.L. Pimm, et al. The biodiversity of species and their rates of extinction, distribution, and protection. Science 344: 1246752 (2014)